"그렇게 광고하더니"···아이폰 16시리즈 시리 연기로 '반쪽 폰' 전락
내달 출시 예정 AI 시리, 돌연 내년으로 연기 애플, GPU 부족·리더십 부재·인력 유출 문제 공식 유튜브서 '애플 인텔리전스' 광고 삭제 "소비자들 허위 광고로 받아들일 여지 충분"
애플이 '개인화된 시리' 인공지능(AI) 비서 출시 연기를 공식 발표하면서 아이폰 16시리즈에 탑재될 예정이던 AI 시리가 내년으로 미뤄지자 '허위 광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보급형 모델 '아이폰 16e'의 국내 판매가를 99만원으로 책정하며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을 강조했지만 핵심 기능인 AI 시리 출시가 연기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1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다음 달 iOS 18.4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서 공개 예정이었던 AI 시리 기능 출시를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애플 대변인 재클린 로이는 지난 7일 발표한 애플 성명서에서 "업그레이드된 시리 기능을 제공하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며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애플이 선보이려던 개인화된 시리는 사용자 맥락을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AI 모델이 문자메시지, 이메일, 캘린더, 메모, 사진 등의 데이터를 학습해 사용자의 요청에 맞춤형으로 응답하는 방식으로 이를 구현하려면 충분한 AI 학습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당초 애플 인텔리전스는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영어로 제공됐다. 하지만 AI 관련 서비스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자 애플이 기술적 완성도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해당 기능 업데이트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출시 지연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AI 부서가 리더십 부재와 인력 유출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 전문 팁스터(정보 유출자) 마크 거먼은 지난 3일 블룸버그 '파워 온' 뉴스레터를 통해 "애플이 AI 훈련을 위한 하드웨어(GPU)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내부 리더십 문제와 경쟁사로의 인력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애플이 아이폰 16시리즈에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한다고 지속적으로 광고해 왔다는 점이다. 국내 소비자 중에는 해당 기능이 출시 직후 바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구매한 이들도 있어 해당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작년 9월 출시 직후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해당 기능 없이 내년까지 추가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출시된 '아이폰 16e'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선보인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 16e의 국내 출고가는 99만원으로 책정됐다. 맥세이프 기능이 제외되고 아이폰 14의 기존 기능을 재활용한 모델이지만 애플 인텔리전스 탑재를 강조하며 가격을 인상했다. 스마트폰 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해당 기능을 기대하고 구매했다면 결국 높은 가격에 '반쪽짜리' 제품을 구매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애플은 시리 기능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정확한 출시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IT 매체 맥루머스는 "애플이 성명서에서 언급한 '내년'도 구체적인 시점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며 "해당 기능이 iOS 19로 연기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애플은 공식 유튜브에 업로드됐던 개인화된 시리 광고 영상을 삭제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애플 인텔리전스 탑재를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아이폰 16e 구매자들 역시 "이건 사실상 사기가 아니냐"며 허위광고 의혹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애플의 AI 부재는 경쟁사에 반사이익을 가져올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AI 기능을 강화하고 제품군을 확대하며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AI 스마트폰을 출시한 삼성전자는 '진정한 AI 폰'으로 내세운 갤럭시 S25 시리즈와 갤럭시 A56·A36을 통해 '어썸 AI' 기능을 처음 선보였다. 미국 CNBC는 "지난달 '알렉사' 음성 비서를 출시한 아마존이나 '제미나이' 비서를 개발 중인 구글과 비교했을 때 애플이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애플이 AI 기능을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광고했지만 정작 출시가 연기된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허위 광고로 받아들일 여지가 충분하다"며 "광고를 보고 구매한 소비자는 애플의 비윤리적인 광고 방식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I 기능 탑재를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는데 정작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환불이나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브랜드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