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경쟁 핵심은 싸고 안정적인 전기···AI 딥테크들 ‘원자력’에 사활”

원자력산업협회 조홍동 단국대 교수 강연 AI 주도권 뒤쳐진 나라 살아남기 힘들어” 경제성·무탄소 담보된 원자력 발전이 열쇠

2025-03-11     유준상 기자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11일 웨스틴조선 서울 라일락룸에서 열린 제219회 원자력계 조찬강연회에서 ‘트럼프 2.0시대 국내외 원자력산업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유준상 기자

“불붙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핵심은 에너지다. 특히 전기를 얼마나 생산을 해서 단가를 낮춰줄 것이냐가 트럼프가 당선된 이유였다. 미국이 전기와 에너지를 가장 싸게 공급하는 나라가 되겠다는 게 그의 제1 공약이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는 11일 웨스틴조선 서울 라일락룸에서 열린 제219회 원자력계 조찬강연회에서 ‘트럼프 2.0시대 국내외 원자력산업 변화’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현재 한국이 1년에 쓰는 전력 소비량은 약 550TWh인데 비해 중국은 9400TWh를 쓴다. 무려 2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중국은 보조금, 관치금융 등을 지원하며 전기를 풍부하고 저렴하게 쓰면서 제조업 경쟁력을 일구어 나가고 있다. 미국의 연간 소비량은 4300TWh로 중국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조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기본적으로 재생에너지, 그중에서도 전력 공급 안정성이 탁월한 수력을 돌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히말라야에서 내려오는 만년설 물을 가지고 돌리는 쓰촨성 샨샤댐 수력 발전소 하나의 용량이 25GW에 달한다. 최근엔 75GW짜리 설비를 짓고 있다고 전해졌다.   

그럼에도 중국은 원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상해 등 1선 도시, 2선 도시 등 제조업 공장이 많은 곳은 원자력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조 교수는 “최근 상하이를 다녀왔는데 내연기관차가 없고 전부 전기자동차였다. 왜냐하면 등록을 안 해주기 때문”이라며 “이 전기가 다 어디서 오냐 물어봤더니 상하이 근방 8개 원자력발전소에서 전량을 공급받고 있다고 했다. 선전의 경우 10개에서 공급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압도적인 물량으로 전기화를 이끌고 있는 중국과 지금까지 더디게 전력설비를 짓고 있는 미국은 게임이 안 된다. 미국이 긴장하는 이유”라며 “이에 미국은 전기 혁명에 기반한 AI 발전을 통해 제조업을 되살리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AI 주도권에 뒤떨어진 나라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되었고, AI 데이터센터를 많이 짓고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세계적으로 앞으로 약 두 배 이상의 전력설비, 전기화가 필요하다. 미국은 아직까지 자국이 데이터센터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고 빅테크의 혁신 가능성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그는 “요즘 우리가 구글 서치를 하면 바로 AI가 함께 가동되는데 그때 거의 30배 이상의 전기를 쓴다”며 “우리가 밤에 혼자 AI에 기반한 작업을 3~4시간 정도 하면 한 동 아파트가 쓰는 전력량이 왔다갔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이 엄청나게 많은 전기를 쓰는 것이 데이터센터인데 전기를 적게 쓰면서 AI를 하겠다는 건 다 사기”라고 했다. 

미국은 이미 자국 내 거의 모든 딥테크(첨단기술) 기업들이 원자로를 이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자력발전소의 1호기(왼쪽 굴뚝 2개)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지만, 1979년 사고 난 2호기는 여전히 가동되지 않고 있다. /미국 환경청

구글은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소형모듈원전 회사인 카이로스파워와 계약을 체결했다. AI 열풍으로 무탄소 전력 수급에 주력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쓰리마일 섬 원전을 되살리는 투자를 단행했다. 

쓰리마일 원전은 40년 전 미국 사상 최악의 노심 용융 사건으로 일부 원자로가 영구 폐쇄된 곳으로, 미국이 얼마나 원자력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 교수는 “원자력 르네상스를 말로만 하는 것 아니라 이미 미국은 원자력 에너지를 구입 못하면 AI 경쟁에서 뒤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에 AI 기업들은 이 에너지 얻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교수의 결론은 AI 시대 우리나라가 택해야 할 에너지 선택지는 무엇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삼성전자는 에너지의 70%를 전기로 사용하고 있고 하이닉스도 마찬가지”라며 “전기를 값싸게 주지 못하면 반도체 공장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RE100을 선언해버렸다. 그래서 옴짝달짝 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안정성 있는 전기를 공급하지 않으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