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금융社 10곳 중 9곳 "규제가 경쟁력 발목 잡아"

규제로 글로벌 금융사·빅테크 경쟁 불리 美 JP모건, 여행업 통해 비금융 사업 확대 日 은행 광고·인력소개업, 부수 업무 확장 "금융업 진출 규제 완화, 산업 발전 시급"

2025-03-11     김성하 기자
빅블러(Big Blur) 시대를 맞아 국내 금융회사들이 규제로 인해 비금융업 진출이 제한되면서 글로벌 금융사 및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

빅블러(Big Blur) 시대를 맞아 국내 금융회사들이 규제로 인해 비금융업 진출이 제한되면서 글로벌 금융사 및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금융회사 21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영위 현황과 개선 과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금융사의 88.1%가 국내 칸막이 규제가 금융업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해외 금융사 및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 기업의 71.5%는 금융업과 함께 비금융업을 영위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했지만 실제 비금융업을 영위하는 금융사는 39.5%에 그쳤다. 반면 금융업만 영위하는 기업은 60.5%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업과 비금융업 간 규제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금융회사의 부수 업무 범위 확대'(55.2%)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자회사의 비금융업 영위 범위 확대(53.3%) △비금융사 출자 한도 완화(41.9%) △혁신 금융서비스 개선(40.0%) △금융회사의 본질적 업무 위탁 허용(31.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회사가 영위할 수 있는 부수 업무 범위를 기존 '포지티브(Positive) 방식'에서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정부에서도 논의된 바 있으나 이후 추진이 중단되거나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혁신 금융서비스 제도도 금융사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대표적인 규제로 지목됐다. 국내 투자회사 관계자는 "IT 관련 사업을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금융사와 협업을 추진했지만 샌드박스 지정 후 중간 참여가 불가능했고 2년이 지나도 관련 법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며 "이런 방식이라면 초기 리스크를 감수한 혁신기업보다 후발 주자로 대규모 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대기업이 유리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글로벌 금융사들은 비금융업을 적극 활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미국 JP모건체이스의 자회사 체이스은행은 여행 플랫폼 ‘Chase Travel’을 출시해 신용카드 사업과 결합, 2023년 미국 5위 여행사로 성장했다. 모건스탠리는 2019년 이후 4개의 헬스케어 기업을 직접 인수해 관련 분야의 M&A 및 자문 사업을 확대했다.

이 같은 차이는 각국의 규제 완화 노력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은산분리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1999년 금융 현대화법을 통해 일정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갖춘 금융지주회사에 한해 비금융업 영위를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2016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핀테크 기업에 대한 출자 제한을 완화했으며 금융사가 광고업·인력소개업 등 다양한 업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부수 업무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금융과 비금융업 간 규제가 엄격하다. 국내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사 주식을 최대 5%까지만 보유할 수 있으며 자회사 경영 관리를 제외하고 영리 목적의 업무를 할 수 없다. 또한 은행과 보험회사는 비금융사에 대한 출자 비율이 15%로 제한돼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우리나라 금융권은 비금융업 영위가 원칙적으로 제한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되고 있어 금융산업 성장이 정체돼 있다"며 "앞으로는 금융과 기술이 융합된 성장이 필요하며 금융 산업의 발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