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노트] 갑질에 대항하는 을의 통쾌한 반격! 국립오페라단 <피가로의 결혼>

‘내 짝은 내가 지킨다’ 꾀돌이의 연합작전 영화 <쇼생크 탈출>, <러브 오브 시베리아> 등에 삽입된 유명 아리아의 향연

2025-03-09     한형철 초빙기자

국립오페라단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1786년 초연)을 올 시즌 첫 작품으로 무대에 올린다. 이 오페라의 원작은 당시 프랑스에서 잘 나가던 극작가 보마르셰의 동명 희곡으로, 저항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귀족계급의 적폐를 비판한 작품이다. 당대 시민들은 부당한 적폐를 풍자한 작품에 엄청나게 환호했으며, 모차르트가 이 내용으로 오페라를 초연 후 3년 뒤인 1789년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났다.  

보마르셰는 피가로를 주인공으로 한 희곡을 여러 편 썼다. 당시에 그의 동명 희곡 내용을 딴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가 인기리에 공연되었는데, 이발사 겸 중매쟁이인 피가로가 꾀를 내어 아름답고 당찬 상속녀 로지나의 재산을 탐내 아내로 삼으려던 후견인 바르톨로를 따돌리고 우여곡절 끝에 그녀가 알마비바 백작과 결혼하도록 도와준다는 내용이다.  

모차르트는 이어지는 희곡 <피가로의 결혼>을 택해 오페라를 작곡했다. 피가로는 결혼성사의 공로로 백작가의 집사가 됐고 아름다운 수잔나와 결혼도 하게 되었는데, 이게 웬일, 이젠 백작이 부인을 놔두고 ‘초야권’을 내세워 수잔나를 호시탐탐 노리는게 아닌가? 이에 꾀돌이 피가로는 수잔나, 백작부인 등과 힘을 합쳐 백작을 무릎 꿇게 만든다는 줄거리이다. 200여년 전에 하인이 귀족에게 당당히 맞서는 내용으로 오페라를 작곡한 모차르트의 기백이 대단한 작품이며, 현대를 사는 관객에게도 통쾌함을 선사할 것이다.
 

  피가로와 수잔나의 무대의상 디자인, 국립오페라단 제공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은 여러 영화에 OST로 쓰였다. 철옹성 감옥인 ‘쇼생크’를 배경으로 한 영화 <쇼생크 탈출>에 삽입된 소프라노의 2중창 ‘산들바람은 부드럽게’와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한 러브 스토리를 풀어낸 <러브 오브 시베리아>에 쓰인 아리아 ‘나비는 다시 날지 못하리’ 등은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아리아이다.

작곡가의 감수성을 잘 표현하는 것으로 평단의 사랑을 받아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가 지휘한다.

프랑스 출신 뱅상 위게가 연출을 맡았는데, 그는 모차르트의 대표 오페라 세 작품의 유기적인 연관성을 발견하고 이야기를 구성하여 평단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공연에 그의 새로운 해석이 무대에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025. 3.20(목)~ 3.23(일) 평일 19:30 주말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