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대출은 카카오·케이·토스로?···한계 드러나는 금융 포용성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신규 대출 30% 이상 공급 목표 설정 주담대 중심 몸집 불리기에 우려 교차

2025-03-07     박소연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지난해 카카오뱅크 32.1%, 케이뱅크 34.1%, 토스뱅크 34.7%로 집계됐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의 핵심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대출 목표를 강화하면서 금융 취약층의 대출이 인터넷은행으로 더욱 집중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작 인터넷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어 설립 취지와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목표가 기존 ‘평잔 30% 이상’에서 ‘신규취급액 30% 이상’으로 설정된다. 이는 지난달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으로 이를 통해 인터넷은행들이 경기 상황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줄이는 것을 방지하고 지속적인 자금 지원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인터넷은행들이 지난해 목표 수준을 초과 달성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2024년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연간 기준으로 카카오뱅크 32.1%, 케이뱅크 34.1%, 토스뱅크 34.7%로 집계됐다. 같은 해 4분기 기준으로도 카카오뱅크 32.2%, 케이뱅크 35.3%, 토스뱅크 34.0%를 기록하며 모두 30% 목표를 초과했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은행의 전체 가계 신용대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서민금융대출 중 보증 한도 초과 대출 잔액에서 KCB 기준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에 대한 개인신용대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서민금융대출 중 보증 한도 초과 대출 잔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중·저신용대출 평균 잔액은 약 4조9000억원, 토스뱅크는 약 4조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케이뱅크는 평균 잔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중·저신용대출 공급 규모가 1조1658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의 주요 대출 창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시중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중·저신용자 대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반면 인터넷은행들은 금융 포용성을 확대하기 위해 해당 대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이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출이 인터넷은행으로 집중되면서 시중은행과의 격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인터넷은행들이 실제로는 담보대출 확장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와 시중은행 대비 높은 대출 승인율을 바탕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워왔으나 중·저신용자 대상 금융포용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카카오·케이·토스뱅크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관리 목표치는 작년 말 가계대출 잔액보다 4.8% 늘어난 3조3183억원이다. 이는 경영계획 기준 정책성 상품을 제외한 가계대출 규모다.

지난해 인터넷은행 3사의 실제 가계대출 증가액은 8조2556억원으로 당초 목표였던 8조4799억 원보다 2243억원 적었다. 올해 인터넷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시중은행(1~2%)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설정됐다. 이는 상호금융(약 2%대 후반)이나 저축은행(약 4%)보다도 높은 증가율이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설립 취지로 내세운 인터넷은행들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대출 규모를 빠르게 늘리며 전체 가계대출 잔액을 확대해 왔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 정보시스템과 이인영 의원실에 따르면 인터넷 은행 3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2021년말 33조4828억원에서 지난해 말 69조5385억원으로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21년 말 10조3135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34조4783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이인영 의원은 "인터넷 은행에 포용적 금융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며 "시중은행과 다를 바 없는 영업 방식이 이어진다면 인터넷은행의 존재 이유도 흔들릴 수 있으므로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역할을 다시 점검하고, 금융소외 계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금융 포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신용평가 모델을 더욱 정교화하는 등 다양한 금융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신용 점수 외에도 비금융 정보 활용을 통해 상환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되는 취약계층에 대출을 공급할 수 있는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해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신용평가모형을 통해 상환 능력을 갖춘 중·저신용자를 선별해 대출을 내주고 있기 때문에 건전성 관리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인터넷은행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시중은행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시중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비대면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현재 인터넷은행이 경쟁력을 가지는 이유는 빠른 심사와 간편한 대출 구조 때문”이라고 짚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