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분단 사회] ① 자트릭스 vs 쉰김치녀···'우리' 아니면 '적' 혐오 난무

편 갈라져 상대 저격 글 인기 연예인 이성교제에 '봊질', '잦질' "경쟁 심해져 관용 가치 약화"

2025-03-05     이상무 기자, 김민 기자
한국 사회는 분열돼 있다.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 특정 집단의 성향이 극단화됐다. 자신과 생각이 맞지 않은 사람들을 향한 조롱과 혐오, 비난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익명이 보장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정도가 심하다. 이에 여성경제신문이 온라인에 나타난 갈등 실태를 분석하고 분열로 인한 사회의 악영향을 파헤친다. [편집자 주]
보수, 남초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와 여초 셩향의 워마드 /각 커뮤니티 캡처 

최근 한국 사회는 극단적 갈등과 분열로 위기에 직면했다. 온라인에 번진 차별 비하와 혐오 정서는 현실에서 범죄로 이어질 정도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또한 이런 범죄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차별과 혐오를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여성 대상 살인 사건이 인터넷에 올라올 때마다 댓글에서 남녀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대표적인 예이다. 

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온라인 커뮤니티는 한국 사회 주요 소통 창구로 자리 잡았다. 디시인사이드(디시),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에펨코리아, 에펨코리아, 뽐뿌, 이토랜드, 와이고수, 엠엘비파크, 웃긴대학, 개드립넷, 여성시대, 네이트판, 인스티즈, 더쿠, 82쿡, X, 워마드, 에브리타임, 블라인드 등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됐다.

각 커뮤니티는 정치적 성향, 주 이용자의 성별, 연령대 등으로 다양하게 나뉜다. 다양한 주제와 이슈를 다루지만 경도된 인식을 바탕으로 한 자극적인 콘텐츠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다. 이 때문에 '시민 공론의 장'이라는 긍정적 인식보다 '사회 부적응자'와 같은 부정적 인식이 큰 상황이다. 

디시 여초 갤러리 중 가장 대표적인 '남자 연예인' 갤러리의 경우 써방(검색 방지)명의 대부분이 멸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할머니는 '씹매', '좆매', 할아버지는 '갈배' 연예인이 이성과 교제하는 것을 '봊질', '잦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디시인사이드 여초 갤러리에 나오는 혐오 표현 /디시인사이드

여초 커뮤니티 워마드 대부분의 게시글은 흔히 일베 말투라 불리는 '~노' 말투를 쓰고 있었으며 '남성과 여성을 각자의 성기에 빗대 표현하고 있었다. 남성을 말살해야 한다는 글들도 올라와 있었다. '자트릭스'는 남자가 남자 위주로 짜놓은 여자에게 불리한 사회 틀, 가부장제를 말한다.

보수, 남초 성향의 일베에선 민주당을 '민좆당'으로 욕을 섞어 비하했다. <19) 30 넘은 여자중에 정상이 없는 이유> 제목의 글은 30대 미혼녀를 비난하는 내용인데 한 회원이 "그 중에 좋은 여자도 많다"고 반박 댓글을 달자 다른 회원이 "늙은 '쉰김치녀' 바로 딱 티나노"라고 대댓글을 달았다. 또한 "노처녀 한녀는 산업 폐기물이다" "30중반부턴 미친년들 뿐이다"라는 혐오 반응이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일상적으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사이트에 접속해 관심 분야 정보를 접한다. 그러는 사이에 '틀딱'(노인을 '틀니'에 빗대 비하)·'잼민'(미성숙한 초등학생 비하) '좌빨'(진보 진영 비하)·'수꼴'(보수 진영 비하) '개독'(기독교 비하) '짱깨'(중국인 비하) 등 혐오 표현에 쉽게 노출된다.

사이트 운영진이 욕설 및 인신공격 및 비아냥, 비하 발언을 금지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도 받지만 완벽히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개인이 특정 집단의 이념에 이끌리는 이유는 일단 소속감을 가지면 불안한 사회에서 개인적으로 겪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단순화된 진영 논리에 자아를 의탁하게 돼 나아가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경쟁이 심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경제가 과거처럼 고성장이 아니라 저성장 국면으로 가고 있고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도 심각하다"라며 "어릴 때부터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의대 열풍에 이르기까지 생애 주기별로 끊임없이 경쟁을 해야되는 사회"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규모도 적다 보니까 아무래도 사회적 자본이나 개인의 교육에 의존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고 그런 구조적인 맥락 속에서 갈등으로 나타난다"라며 "개인의 생존에 너무 매몰되다 보니까 사람들을 대화와 타협의 대상으로 삼는 신뢰, 관용의 가치가 약화되다 보니까 모든 분야에서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했다.

PC와 스마트폰으로 온라인에 접속하는 이용자들 /연합뉴스

한국 사회 갈등 정도는 최근 몇 년간 심화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한국 사회 갈등 정도는 4점 만점에 3.04점으로 나타났다.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의 정치가 갈등 조정 및 봉합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분열이 심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조장하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지자들의 결집과 여러 정치적 이유로 정치인들이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의 "헌법재판소를 때려 부수자"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자 "추구하는 가치도 없고 필요에 따라 보수를 참칭할 뿐, 이익과 욕망을 위해서라면 원수도 영입하고 부모조차 내칠 극우 파시즘 정당"이라고 맹비난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