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여친이 기업가정신 살려주나?···상법 앞에 멈춘 이재명과 류진

민주당-한경협 회동 분위기만 화기애애 '경제살리기 10대 과제' 논의는 공회전 이복현 "상법 개정 밸류업과 맞지 않아"

2025-03-05     이상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민생경제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한경협 민생경제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와 만났다. 류 회장은 인사말 도중 "차였던 여친 만나는 느낌"이라고 말하며 좌중을 웃겼고 이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민주당 대표와 한경협 회장의 공식적인 만남은 2015년 9월 이후 10년 만이었다. 하지만 재계 맏형 한경협이 야당과의 대화 전면에 등장한 상징적 의미를 제외하곤 정작 논의된 내용은 알맹이가 없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류 회장은 "국회가 꺼져가는 성장동력을 되살리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법안을 조속히 입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한경협은 '경제살리기 10대 과제'를 민주당에 전달하며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한 입법 협조를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면서 경제 활력을 강조하는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주주 이익 보호의무' 조항을 추가하며 이사가 단순히 회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경영 판단의 발목을 잡는 부작용이 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경협이 이날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민주당 측에 전달한 '경제살리기 10대 과제'는 크게 투자·민생활력 부여, 신성장동력 확보, 불합리한 규제 완화 등 세 분야로 구성됐다. 주요 내용으로는 △임시투자세액공제 대기업 포함 2026년까지 연장 △반도체 등 첨단산업 보조금 지원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 상향 △대형마트 영업제한시간 중 온라인 배송 허용 등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한경협과 민주당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특히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 민주당은 ‘고소득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에 한해 주 52시간제 적용을 예외로 두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재계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해당 조항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충분한 논의 없이 법사위를 통과한 점을 비판했다. 이 원장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에서 후다닥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충분한 논의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현재 나온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규정은 저대로 시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과도한 형사 소송 우려 △상법상 특별배임죄 폐지 필요성 △배임 적용 예측 가능성 확보 △경영진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변호사 비용 및 손해배상 공제 도입 등이 보완되지 않는다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상법 개정안이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전략과도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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