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홈플러스에 유통업계 ‘비상’···‘MBK 책임 경영 미흡’ 논란

MBK, 자구책 없이 불시에 신청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 줄줄이 중단 '제2 티메프 사태' 우려도 확산

2025-03-05     류빈 기자
홈플러스 본사 전경 /홈플러스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인 홈플러스가 지난 4일 법원에 법정 관리를 신청해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와 함께 30년 가까이 국내 대형마트 시장을 이끌어 온 홈플러스가 재무 악화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법원에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책임 경영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전날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고 법원으로부터 개시 결정을 받았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홈플러스는 현재 매출 기준 국내 대형마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2월 결산법인인 홈플러스는 2023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 기준 매출 6조9315억원이다. 영업손실은 1994억원, 당기순손실은 574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연간 매출이 7조원에 달하지만 2021년부터 영업손실을 내기 시작했다. 이후 3개 회계연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손실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3개 회계연도 합산 영업손실액만 5931억원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 유동성 부족을 우려, 오는 5월 납품대금 정산이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하며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현재까지 미정산 사태는 없으나 대출 규모 축소로 자금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예방적 조치로 법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납품업체와 대금을 미뤄 지급하며 3500억원 규모의 지연 이자를 발생시켰다.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2015년 과도한 차입을 통해 홈플러스를 고가에 인수하며 경영 위기에 빠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금융채무 탕감을 위해 법원에 도움을 요청한 점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는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에서 출발해 IMF 사태 이후 1999년 영국 테스코와 합작법인을 이루며 성장했다. 이후 테스코는 2011년 홈플러스의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됐고, 홈플러스는 전국에 140여 개 대형마트와 375개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대형마트업에서는 매출(2014 회계연도 8조6000억원) 기준으로 이마트에 이어 2위의 입지를 확립했다. 그러나 2014년 테스코의 분식회계와 영업 실적 부진으로 2015년 다시 매물로 나오게 됐고, 이후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인수하게 됐다.

MBK는 2015년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s), 테마섹(Temasek)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품었다. 인수 비용 중 2조2000억원은 블라인드 펀드로,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충당했다.

이를 두고 당시에도 MBK가 고가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 바 있다. 홈플러스는 MBK로 넘어간 이후 재무적 안정을 이룬 듯했으나 상당한 부채 부담을 가진 상태에서 사업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과 소비 침체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실적 부진으로 채무 변제에 어려움을 겪자, 수익성이 좋은 주요 점포들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MBK 인수 이후 폐점된 점포는 14개로, 이 중 9개는 부동산을 매각해 자산을 유동화한 것이며, 나머지 5개는 임대차계약 종료로 문을 닫았다. 폐점된 점포들 중에는 경기 안산점과 부산 가야점처럼 매출 상위에 있던 곳들도 포함된다. MBK는 이들 점포를 매각해 약 4조원의 채무를 갚았다. 

앞으로도 폐점 예정인 점포들만 약 22개 점포에 달한다. 서울 강동점, 금천점, 동대문점, 방학점, 잠실점, 인천 작전점, 경기 동수원점, 부산 센텀시티점 등으로 오는 2027~2028년에 계약 종료를 앞둔 점포들이 포함돼 있으며 매출 부진으로 아예 폐점하거나 일부 점포는 주상복합 완공 후 지하에 재입점이 계획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홈플러스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MBK는 최근 수익이 나는 슈퍼마켓마저 분할 매각하려 했으나, 아직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한 상태다.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이미 작년부터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는 등 자금 경색을 겪는 징후가 포착됐던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 직원들은 MBK가 부동산을 매각해 인수 차입금을 상환하고,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입금 이자 비용으로 지출하면서 시설 투자와 채용이 줄어들어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의 '투기자본 MBK의 홈플러스 먹튀 매각보고서'에 따르면 MBK 인수 이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출된 이자 비용은 3조964억원으로 해당 기간 영업이익(4713억원)보다 2조5000억원이 많다.

이에 MBK는 회사의 실제적인 성장을 추구하기보다는 인수 차입금을 빠르게 갚고 매각 처분하는 '엑시트'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익명을 요청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우려하는 시각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홈플러스 부실 경영이 초래하는 업계 부정적 파급효과와 홈플러스 채권 투자자들의 손실에 대해 MBK 차원에서 자구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에 대규모로 상품을 납품하는 식품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일부 식품회사는 납품 대금에 대한 채권 추심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도 유통업계 곳곳에서 중단되고 있다. 전날 법원에서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개시되자 신라면세점, CJ푸드빌, 에버랜드, CGV 등 상품권 제휴사들에서 변제 지연 등을 우려해 상품권 사용을 중단한 상태다. 다만 홈플러스 측은 상품권은 회생절차에 포함되는 금융채권이 아니라 상거래채권에 해당하므로 기업회생 절차가 시작된다고 해도 거래에 제한이 발생할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 상품권의 96%는 홈플러스에서 사용되고 있고 제휴사 사용 비중은 4% 수준”이라며 “현재 홈플러스에서는 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