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준 더봄] 나에겐 가까운 꽃, 당신에겐 어울리는 사람

[최익준의 낭만밖엔 난 몰라] 새봄 맞아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노랫말처럼 가까이 있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를

2025-03-04     최익준 박사·산업정책연구원 교수/(주)라온비젼 경영회장
꽃가게를 지나다가 빈센트 반 고흐의 노랑을 닮은 프리지어(Freesia) 다발을 지나치지 못해 꽃병에 담아 왔습니다. 꽃을 들고 집으로 가면서 '세상에 별일이 다 있군. 내가 꽃을 다 사다니··· 이건 틀림없이 아름다운 갱년기 증후군이야!' 허허 웃으며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사진=최익준

2월과 3월의 경계에서 접선하는 시간엔 따뜻한 봄날을 기대하곤 하지만 변덕쟁이 마음처럼 만만하게 봤다가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 바로 날씨 아닌가요?

지난겨울의 기억들은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로 팔려 갔는지 대통령의 전쟁놀이 장난 같은 계엄 소식 말고는 영 남은 게 없습니다. 여전히 시린 3월 첫날의 하늘엔 '대한민국 독립 만세'를 유산으로 남긴 유관순 누님의 입술 꼭 다문 얼굴이 걸려 있습니다. 김서린 실내 공기가 도둑처럼 몰래 빠져나간 거실은 스산하고 허전합니다.  

꽃가게를 지나다가 빈센트 반 고흐의 노랑을 닮은 프리지어(Freesia) 다발을 지나치지 못해 꽃병에 담아 왔습니다. 꽃을 들고 집으로 가면서 '세상에 별일이 다 있군. 내가 꽃을 다 사다니··· 이건 틀림없이 아름다운 갱년기 증후군이야!' 허허 웃으며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프리지어를 바라보니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노랫말이 떠 오릅니다. 꽃을 꽃으로 보지 않고 바쁜 일상 나랑 아무 상관 없는 정물로 계절의 꽃들을 지나쳤으니 '내 일상이 얼마나 무채색스럽고 고루한 삶이었던가?' 반추하고 기쁘게 반성하며 바라봅니다.

봄을 몰고 온 짙은 노랑의 매력에 이끌려 넋 놓고 우두커니 바라봅니다. 반평생 사업과 경쟁의 전장에서 이골이 난 검투사의 가슴 한편에서 가볍게 흥분한 나비들이 팔랑거리며 스르륵 날아올랐습니다. 카메라 줌을 밀고 당기며 프리지어 주변을 서성이다 다시 바라보니 미처 몰랐던 꽃의 다른 모습들을 발견합니다.

앞에서, 옆에서, 위에서···.

하나의 꽃을 시시각각으로 바라보면 모두 다르게 빛이 난다는 것을 발견한 기쁨이 꽤 큽니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다른 시각으로 보면 다르게 빛이 나는 걸 이제야 겨우 깨달은 걸까요? /사진=최익준

하나의 꽃을 시시각각으로 바라보면 모두 다르게 빛이 난다는 것을 발견한 기쁨이 꽤 큽니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다른 시각으로 보면 다르게 빛이 나는 걸 이제야 겨우 깨달은 걸까요?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각자 내가 모르는 고유한 풍모와 향기가 있을 거란 겸손한 깨달음을 준 것일까요?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노랫말이 진리라고 가정한다면 내가 아는 사람의 강점과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당신과 나의 봄맞이를 시작하면 어떨까요? 설령 나와는 좀 많이 달라서 가끔 미워하고 각을 세우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어쩌면 그 사람이 나에게 잘 어울리는 진정한 내 편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새봄에는 꽃과 나무를 찾아 멀리 가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내가 사는 동네의 꽃들 그 곁에서 내가 아는 친구들을 초대하여 웃고 떠들며 시시각각의 강점을 발견하는 기쁨을 낚아 볼까 합니다.

앞에서, 옆에서, 위에서···.

새봄에는 꽃과 나무를 찾아 멀리 가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내가 사는 동네의 꽃들 그 곁에서 내가 아는 친구들을 초대하여 웃고 떠들며 시시각각의 강점을 발견하는 기쁨을 낚아 볼까 합니다. 그들과 함께 앞에서, 옆에서, 위에서 말입니다. /사진=최익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