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여행시장'도 장악?···트립닷컴 공습에 하나투어 초긴장
저가 항공권·무비자 시너지로 韓 OTA 공략 트립닷컴, 항공권 판매 13위→4위로 급성장 韓 SNS서 '퇴근 후 중국 여행' 트렌드 확산 이커머스·OTA, 中 초저가 전략에 속수무책
중국 여행사 트립닷컴(携程集團)이 지난해 말 온라인 여행사(OTA) 시장에서 저렴한 항공권을 앞세워 국내 여행사를 제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플랫폼의 국내 시장 진입이 확대되면서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28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트립닷컴은 지난해 12월 항공 여객 판매 대금 정산제도(BSP) 기준 국내 항공권 판매 4위를 기록했다. 하나투어, 인터파크 트리플, 마이리얼트립에 이어 연말 항공권 판매량이 많았으며 2022년 13위에서 3년 만에 4위로 급상승했다. 올해 1월에는 5위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모두투어·참좋은여행 등 국내 여행사보다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트립닷컴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여행 플랫폼으로 중국 본사 Ctrip(携程) 여행사의 글로벌 브랜드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9.73% 증가한 532억9400만 위안(약 10조5144억원), 영업이익은 72.05% 늘어난 170억6700만 위안(약 3조367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해외 온라인 여행사 특성상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메가 세일 등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지면 트립닷컴이 올해 말 국내 항공권 판매 순위에서 3위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한 국내 1위 종합여행사 하나투어와 대표 온라인여행사(OTA)인 놀유니버스(야놀자 플랫폼·인터파크 트리플 합병 법인)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립닷컴은 지난해 1~9월 기준 국내 여행 앱 다운로드 점유율 13%를 기록하며 네이버 맵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트립닷컴이 진출한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로 미국과 일본(각 7%)을 크게 앞선다. 특히 지난해 3분기에는 국내 여행 앱 중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트립닷컴은 실적 호조에 힘입어 한국을 비롯한 중국 무비자 대상국을 중심으로 외국인 여행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쑨제 트립닷컴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외국인 관광(인바운드)은 이제 막 시작 단계"라며 "해외판 트립닷컴 등을 활용해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도착지별 내국인 출국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중국을 방문한 내국인은 총 64만790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설 연휴 기간에는 13만8196명이 중국으로 출국해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여행객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현지 매체 환구시보와 인민망에 따르면 "최근 한국 젊은 층 사이에서 '금요일 퇴근 후 중국 여행'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며 "특히 상하이, 장가계 등 주요 관광지는 한국인 방문객으로 붐비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인 수요에 맞춰 여행사들이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체계적인 관광 인프라와 다양한 상품 구성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행업계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시장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쇼핑 플랫폼 테무가 국내 진출을 선언하며 중국 기업의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테무는 지난 18일 알리익스프레스에 이어 한국 시장에 '로컬 투 로컬(L2L)' 모델을 도입하고 국내 판매자를 대상으로 1차 입점 모집을 마쳤다.
테무의 가격 결정 방식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테무는 플랫폼이 직접 판매가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기존 이커머스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 반면 네이버·쿠팡 등 기존 오픈마켓에서는 판매자가 직접 가격을 설정한다. 업계에선 이러한 테무의 초저가 마케팅 전략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 소비자들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결제한 금액은 약 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중국 이커머스의 저가 공세가 한국 시장을 흔들면서 중소 플랫폼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셀러 입장에서는 새로운 이커머스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 중국 기업이든 한국 기업이든 관계없이 입점을 고려한다"며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사 제품을 노출하고 판매할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기업의 L2L 모델 도입에 대해 그는 "중국산 제품은 기본적으로 저렴하고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이미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제품이 중국 플랫폼에 입점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급격히 이동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자 역시 영업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