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떼써도 한국서 힘 못 쓰는 미국 車, 원인은 'MAGA 마케팅'
美 수입차 25% 관세, 수출국 타격 불가피 국내 수출 50조4500억, 무역 불균형 17배 비관세 장벽 완화로 수출 점유율 확대 시도 상품 경쟁력 부족 원인에도 무역 보복 압박
'미국 우선주의(MAGA)'를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대한 통상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주요 자동차 수출국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 간 무역 불균형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밝히면서 완성차 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트럼프는 무역 상대국과 균등한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관세 외에 비(非)관세 장벽도 포함해 관세율을 산정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수출 기업에 보조금·세금 혜택을 주는 것도 '비금전적 관세'로 간주해 상응하는 보복 관세를 매긴다는 방침이나 동맹·비동맹을 가리지 않는 보호무역주의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미국차 판매가 저조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자동차 모빌리티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량은 143만2713대로 2020년(82만5071대) 대비 73.6%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 집계에 따르면 수출액은 347억 달러(약 50조4500억원)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대한국 자동차 수출량은 2020년 6만7567대에서 4만4296대로 34.4% 감소했다.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 규모는 21억 달러(약 3조500억원)로 한국의 대미 수출 규모와 약 17배 차이가 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미국 차를 사지 않으면서 미국에만 수출하는 나라'에 한국도 포함된다.
이러한 무역 불균형에 대한 트럼프의 압박은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7년 한국의 높은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문제 삼으며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한미 FTA 개정을 통해 환경·안전 기준이 완화되며 미국 차의 수입이 증가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미국산 자동차 판매량은 2017년 2만322대에서 2020년 4만4979대로 3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트럼프의 25% 관세는 국내 미국산 자동차 판매 확대를 위한 '협상 카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언급됐던 비관세 장벽이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작년 3월 미국이 발간한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의 한국 시장 진출 확대가 여전히 미국의 주요 우선순위"라고 명시됐다.
2020년 이후 미국 수입차가 점점 줄어들며 미국은 다시 한번 비관세 장벽 완화 카드로 국내 수출량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제기된다. 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1만5229대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만843대가 BMW 등 독일 브랜드 차량으로 집계됐다. 이어 일본 차 1733대 등 미국 차는 799대로 점유율이 5.2%에 그쳤다.
전문가는 트럼프의 협상 방식에 대해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 차의 국내 판매 부진은 비관세 장벽이 아닌 상품 경쟁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차량 크기, 낮은 연비, 국내 소비자 취향과 맞지 않는 디자인, 높은 부품비와 공임 등이 소비자 선택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관세 부과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해도 현재 한국은 대통령 부재 상태로 협상 상대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조건에서 미국이 무역 압박을 가하면 오히려 반미 감정을 키우고 중국과의 관계가 강화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에도 관세 부과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미국 기업이 오히려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