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백일장] 마음으로 품은 어르신들 그리고 나의 성장

제3회 해미백일장 해미 용기상 장동순 님 수상작

2025-02-27     최영은 기자
8년 넘게 한곳에서 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진 원장님과 멋지고 너그러운 이사님 덕분입니다. 그분들께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장동순

2016년 1월,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이론 공부를 마치고 주간보호센터에서 실습을 했습니다. 그곳은 제가 살면서 처음 본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아침에 오셔서 노래와 민요, 미술을 배우고 영양 식단에 따라 정성껏 준비된 식사와 간식을 드시며 말벗과 하루 종일 안전하고 행복한 케어를 받으신 후 댁으로 모셔다드리는 시스템이었죠. 어르신 대상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유치원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습을 마치고 나니 이런 곳에서 일하면 참 보람 있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5월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실습했던 바로 그곳에서 결혼 후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근무하면서 수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한 어르신께서 전날까지 건강하게 센터에 계시다 댁에서 밤사이 평화롭게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당황스럽고 슬펐던 기억,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 가슴을 졸이며 응급조치했던 경험, 그리고 보호자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을 때 느꼈던 뿌듯함 등 많은 순간이 스쳐 지나갑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점심 식사 중 기도에 음식이 걸려 얼굴이 파랗게 질렸던 남자 어르신의 응급상황이었습니다. 평소 응급처치법을 익힌 남자 선생님이 하임리히법으로 빠르게 응급조치를 해 위기를 넘겼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아침 입실 시간에 한 어르신의 얼굴이 점점 돌아가는 것을 보고 원장님께 보고하고 119에 신고해 발 빠르게 응급조치를 했던 일이 있습니다. 그 결과 뇌경색 초기 진단을 받고 간단한 시술 후 무사히 퇴원하셨죠.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어르신도 많습니다. 그중 한 분은 처음 3등급으로 입소하셨다가 6년 넘게 함께하며 1등급까지 상태가 나빠진 후 요양원으로 가셨던 분입니다. 젊은 시절 장사를 하셨던 분으로 돈 계산과 기록을 꼼꼼히 하셨고 미술 활동도 즐겨 하셨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인지 기능이 떨어지셨고 식사나 이동조차 혼자 하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가족들로부터 사랑받던 어르신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세대의 안타까운 최후를 보게 되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스스로도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생겼습니다.

서경보 수원시 권선구청장과 장동순 요양보호사 /장동순

그동안 보호자들의 무관심이나 고마움을 모르는 태도, 때로는 어르신들로부터 부적절한 언어나 행동을 경험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치매라는 병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통해 더 따뜻한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8년 넘게 한곳에서 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진 원장님과 멋지고 너그러운 이사님 덕분입니다. 그분들께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어떤 어르신이 오셔도 금방 친해지고 편안하게 케어할 수 있는 노하우도 생겼습니다. 앞으로도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한 이곳에서 어르신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곁을 지킬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