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백일장] 마음으로 품은 어르신들 그리고 나의 성장
제3회 해미백일장 해미 용기상 장동순 님 수상작
2016년 1월,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이론 공부를 마치고 주간보호센터에서 실습을 했습니다. 그곳은 제가 살면서 처음 본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아침에 오셔서 노래와 민요, 미술을 배우고 영양 식단에 따라 정성껏 준비된 식사와 간식을 드시며 말벗과 하루 종일 안전하고 행복한 케어를 받으신 후 댁으로 모셔다드리는 시스템이었죠. 어르신 대상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유치원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습을 마치고 나니 이런 곳에서 일하면 참 보람 있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5월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실습했던 바로 그곳에서 결혼 후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근무하면서 수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한 어르신께서 전날까지 건강하게 센터에 계시다 댁에서 밤사이 평화롭게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당황스럽고 슬펐던 기억,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 가슴을 졸이며 응급조치했던 경험, 그리고 보호자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을 때 느꼈던 뿌듯함 등 많은 순간이 스쳐 지나갑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점심 식사 중 기도에 음식이 걸려 얼굴이 파랗게 질렸던 남자 어르신의 응급상황이었습니다. 평소 응급처치법을 익힌 남자 선생님이 하임리히법으로 빠르게 응급조치를 해 위기를 넘겼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아침 입실 시간에 한 어르신의 얼굴이 점점 돌아가는 것을 보고 원장님께 보고하고 119에 신고해 발 빠르게 응급조치를 했던 일이 있습니다. 그 결과 뇌경색 초기 진단을 받고 간단한 시술 후 무사히 퇴원하셨죠.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어르신도 많습니다. 그중 한 분은 처음 3등급으로 입소하셨다가 6년 넘게 함께하며 1등급까지 상태가 나빠진 후 요양원으로 가셨던 분입니다. 젊은 시절 장사를 하셨던 분으로 돈 계산과 기록을 꼼꼼히 하셨고 미술 활동도 즐겨 하셨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인지 기능이 떨어지셨고 식사나 이동조차 혼자 하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가족들로부터 사랑받던 어르신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세대의 안타까운 최후를 보게 되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스스로도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생겼습니다.
그동안 보호자들의 무관심이나 고마움을 모르는 태도, 때로는 어르신들로부터 부적절한 언어나 행동을 경험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치매라는 병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통해 더 따뜻한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8년 넘게 한곳에서 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진 원장님과 멋지고 너그러운 이사님 덕분입니다. 그분들께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어떤 어르신이 오셔도 금방 친해지고 편안하게 케어할 수 있는 노하우도 생겼습니다. 앞으로도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한 이곳에서 어르신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곁을 지킬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