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70만원 구인에 70명 지원"···청년들 취업난에 미래 불안
100명이 28개 일자리 경쟁 직장인은 "퇴사하면 안 돼" 정부 대책 보여주기 치중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취업 한파가 지속되고 있어 민생 경제 활력이 떨어질 우려가 나온다. 최근 고환율의 지속과 내수 부진의 여파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2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지방의 한 '세탁 공장 경리'를 구한다는 글에 70명이 지원해서 화제다. 5일간 1만명이 조회했다.
해당 구인 글이 파장을 일으킨 이유는 급여가 월 170만원뿐이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 1만30원을 구인 글에 나온 근로조건(166시간)으로 환산하면 월 166만 4980만원이다.
또한 월 170만원은 중소기업 직장인 월평균 임금 298만원(2023년 기준)의 57%에 불과하다. 신입임을 감안하더라도 절반을 소폭 넘는 수준인데 지원자가 많다는 건 취업난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분위기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퇴사하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한 누리꾼은 "역대급 불경기에 채용 글이 현저히 없어졌다"며 "퇴사하면 최소 1년은 알바나 하면서 시간 날리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에 다른 누리꾼들도 댓글을 통해 공감을 표했다.
실제로 고용 통계는 악화일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워크넷을 통한 구직자 47만9000명에 구인 규모 13만5000명으로 구직자 1명에게 돌아가는 일자리 수를 뜻하는 ‘구인 배수’가 0.28까지 추락했다. 100명이 28개의 일자리를 놓고 경쟁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1월에 비해 구직자는 6.5%밖에 줄지 않았지만 구인 규모는 무려 43%(10만1000명) 줄어든 결과다. 이 같은 구인 배수는 1999년 1월(0.23) 이후 가장 낮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달 청년층의 고용보조지표3(체감실업률)은 1년 전보다 0.8%포인트(p) 오른 16.4%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폭은 2021년 2월(26.8%) 3.7%p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아울러 지난달 청년층 고용률은 취업자가 큰 폭(-21만8000명)으로 줄면서 1.5%p 하락한 44.8%를 기록했다. 2021년 1월(-2.9%p) 이후 4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기업 체감 경기도 좋지 않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의 ‘2025년 중견기업 고용 전망 조사’에 따르면 40.6%가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고용한파 대책으로 중앙정부·지자체 직접일자리 신속채용을 통해 1분기까지 역대 최대 수준인 120만개 이상을 창출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신규채용을 작년 2만명에서 올해 2만4000명으로 확대하고 인턴도 청년이 선호하는 장기인턴 비중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기업 고용애로 해소 핫라인도 설치한다.
하지만 인위적 고용 확대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문재인 정부 때처럼 공공 일자리 통계를 부풀릴 순 있겠지만 근본 해법인 민간 기업의 투자 의욕을 높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재정 투입이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청년들이 최악의 고용난을 이겨내려면 국가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이럴 때 국가가 필요한 것 아니겠나. 소비쿠폰이 불가능하다면 일자리 창출과 창업 지원을 위해 (추가경정 예산을) 쓰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이 제시한 34조 7000억원 규모의 추경에 일자리·창업 지원은 5000억원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