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터 살리자" 한은 금리 인하···소비·환율 영향은 불확실

원/달러 환율 부담에도 경기 부양 초점 금통위원 6명 중 2명, 추가 인하 가능성

2025-02-25     박소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3.0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넘나드는 가운데 국내외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지자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하강 속도를 늦추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25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로 결정했다. 앞서 금통위는 작년 10월과 11월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리며 통화 완화 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금통위에서 한은은 "외환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하지만 물가 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률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발표 직후 진행된 통화정책 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중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며 "외환시장 경계감이 여전하지만, 물가상승률 안정세,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경기가 크게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전원일치로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기준금리를 향후 3개월간 2.75%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으며 나머지 2명은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추가 인하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4명은 대내외 정책 여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 추가 인하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는 데 대한 우려를 들었다"며 "나머지 2명은 경기 하방 압력을 고려할 때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고 여건 변화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만 6명 모두 통화정책이 금리 인하 국면에 있으며 앞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인하 시점을 결정하자는 데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번 조정은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0.4%포인트 이상 하향된 사례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유지했다. 한국 경제는 2년 연속 잠재성장률(2%)을 밑돌며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올해 1.5% 이상 성장하려면 재정정책과 공조가 필요하다“며 ”재정정책이 없다고 해서 금리를 더 낮추게 되면 환율과 물가, 가계부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금리 정책으로 모든 경기 문제를 해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즉 금리 정책만으로 경제 회복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재정정책과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리 인하가 환율과 물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 같은 배경에서 금리 인하가 소비 진작으로 얼마나 이어질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는 대출 부담을 줄여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소비 증가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계 부채 상황, 경제 불확실성, 실질 소득 증가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과거에도 금리를 낮췄을 때 내수 진작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금리 인하가 내수 회복을 막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인하 역시 소비를 크게 늘리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