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부터 요리사까지"···로봇 기술 상용화 1번지는 '유통가'

협동로봇 시장 연평균 성장률 20% 이상 AI로 고객 감정 분석하는 로봇 바텐더 휴게소·버거·치킨 등 외식조리 로봇 도입

2025-02-24     류빈 기자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 로봇바텐더 /롯데면세점

유통업계에 로봇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물류 운반, 조리, 배달 로봇은 물론 고객과 대면하며 소통하는 로봇까지 유통가가 빠르게 IT 기술 접목에 앞장서 눈길을 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로봇 바텐더, 조리 로봇, 배달 로봇 등이 시범 서비스는 물론 실제 상용화에도 돌입해 우리 일상 속 로봇 기술이 깊숙이 침투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협동 로봇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이 20% 이상에 달한다. 자동화 생산 설비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 시장은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3조4194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로봇이 주로 조립생산과 제조공정에 투입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고객 서비스 제공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면세점은 지난 15일 면세 업계 최초로 김포공항 내 주류매장에서 로봇 바텐더를 선보였다. 로봇 바텐더 매장은 롯데면세점이 2023년 창이공항점에 처음 선보여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던 바 있다. 이번에 김포공항점을 통해 국내 공항에 처음 모습을 공개했다. 로봇 바텐더 매장은 국내 협동 로봇 선두 업체인 ‘두산로보틱스’와 협업으로 조성됐다.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은 헤네시, 글렌피딕 등 시음 행사에 참여한 주류를 구입한 고객에게 로봇 바텐더 주류 시음권을 제공한다. 고객은 시음할 주류를 직접 선택하거나 로봇 바텐더의 추천을 받을 수 있다. 로봇 바텐더는 현장에서 고객의 얼굴을 촬영해 AI로 감정을 분석, 고객의 감정에 맞춰 주류를 추천해 제공한다. 국문, 영문, 중문, 일문으로 언어 선택이 가능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고객들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배달 시장이 커지는 만큼 배달 로봇 도입에도 선도적으로 움직이는 추세다. 국내 배달앱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20년부터 새로운 배달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해 로봇 보급과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테헤란로 로봇거리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과 트레이드타워에서 로봇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대구 논공 휴게소 광주 방향 주방에 설치된 한화로보틱스 조리로봇 /한화로보틱스

이뿐만 아니라 조리 자동화 로봇은 이미 널리 상용화되고 있다. 한화로보틱스의 조리로봇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푸드코트 주방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최근 한화로보틱스는 대구 논공휴게소(광주방향)에 조리로봇 5대를 도입했다. 이번에 설치된 로봇은 한화로보틱스의 협동로봇 ‘HCR-5A’로 라면, 우동, 돈가스 및 다양한 한식 메뉴들을 조리할 수 있다. 한화로보틱스의 조리로봇은 지난해 7월 수동휴게소(포천 방면)를 시작으로 여산휴게소(천안 방면), 진영휴게소(순천 방면), 건천휴게소(서울 방면) 등 전국 6곳 휴게소에 설치돼 있다.

기존 타사 조리로봇의 경우 조리 가능한 메뉴가 2가지 정도에 불과하지만 한화로보틱스의 ‘보조셰프’는 5가지 이상 메뉴를 조리할 수 있다. 주로 돈가스, 우동, 라면, 찌개 등 휴게소 인기 메뉴 레시피를 학습했다. 조리로봇 도입으로 앞으로 논공휴게소 고객들은 24시간 푸드코트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야간 근무자 부족으로 오후 10시면 문을 닫아야 했던 만큼 고객 편의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롯데리아 서울대입구역점에 배치한 주방 자동화 로봇 '보글봇' /롯데GRS

프랜차이즈 외식 업계에서도 로봇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주방 자동화를 위한 푸드테크 자동화 로봇 ‘보글봇’을 지난해 10월 서울대입구역점에 도입했다. 롯데GRS는 지난해 2월 롯데리아 구로디지털역점에 패티 조리 자동화 로봇 ‘알파그릴’ 도입 이후 후라이 영역의 자동화를 위해 지난 3월 반도체 장비 제조 기업 네온테크사와 자동화 장비 ‘보글봇’의 도입을 위한 MOU 체결 이후 약 7개월간 테스트 및 개발 연구에 동참했다.

보글봇은 작업자의 동선 방해를 최소화를 위해 수평이동 형태가 아닌 직교로봇 방식으로 설계해 매장 내 조리 과정 동선의 효율성 고려와 함께 작업자의 원재료 투입 이후 바스켓의 이동, 쉐이킹 작업 및 조리 완료 후 완전한 쿠킹 작업을 위한 기름 떨이 작업 과정을 로봇 스스로가 수행해 조리 과정 중 작업자의 개입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리아 서울대입구역점에 적용한 보글봇은 롯데리아 신김포공항점과 잠실롯데월드몰B1점 등 2개 매장에 추가 배치하고 지난해 2월 도입한 패티 조리 자동화 로봇 ‘알파그릴’은 더욱 고도화한 모델을 구로디지털역점에 재배치했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전용 조리 로봇을 활용한 가맹점 운영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촌은 지난 2021년 로봇 제조기업 '뉴로메카'와 업무협약을 맺고 1차 튀김, 조각성형(치킨 조각에 붙은 불필요한 튀김 부스러기를 제거하는 작업), 2차 튀김 등 대표 메뉴들의 독자적인 레시피를 수행할 수 있는 교촌치킨 전용 치킨 조리 로봇을 개발해 가맹점 조리 자동화 및 운영 효율화를 도모해 왔다.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교촌 교육 R&D센터 ‘정구관’ 외 서울, 수도권 6개 가맹점에서 해당 로봇을 도입해 사용 중이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운영 중인 미드월셔점(1호점)과 로랜하이츠점(3호점) 등 직영 점포 2곳에 해당 로봇을 도입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조리 로봇을 활용할 경우 균일한 맛과 품질의 메뉴를 제공할 수 있으며 조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방지 및 매장 운영 효율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며 “특히 인건비 절감 효과 또한 상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로봇이 사람을 대체 할수록 일자리 감축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로봇이 저임금 일자리를 대체하는 경우 그로 인해 노동 시장에서 특정 계층의 사람들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저임금 노동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로봇 도입으로 그 기회가 줄어들면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