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석유 소동 닮은꼴 尹 대왕고래···진짜 승부처는 '제7광구'

6월22일 한일 공동개발협정 종료 임박 美 알래스카 플랜 윤곽 드러난 가운데 한·미·일 에너지 안보 공조 키워드될 것

2025-02-24     이상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1975년 12월 5일 박정희 대통령은 오원철 경제수석과 함께 포항에서 발견된 석유의 성분 분석을 논의했다. 당시 한국은 자체 석유 시추 기술이 부족해 1974년 일본과 '한일 공동개발 협정(JDZ)'을 체결해 공동 개발을 추진했다. 포항에서 발견된 석유가 윤활유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협정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었던 것. 이에 1976년 1월 박 대통령은 포항 석유가 가짜인 것을 알고도 발표를 강행했다.

24일 정치권 안팎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대왕고래 시추 프로젝트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나온다. 오는 6월 22일 한일 공동개발 협정 만료가 임박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시추 강행은 단순한 에너지 개발 차원을 넘어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오성익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사무국장은 지난 19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처음 공부하는 석유·가스 산업> 출판 기념 북 콘서트에서 "7광구 문제는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니라 안보, 미국 셰일가스 전략과 깊은 연관이 있다"며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석유공사의 JDZ 인접수역 탐사 현황. 한국석유공사는 2022년 4월 남해대륙붕 제4광구와 제5광구 조광권을 확보한 뒤 같은 해 8월 5광구 내 JDZ 인접지역에서 3D 탄성파 자료를 취득한 바 있다. / 자료= 한국석유공사, 「4/5광구 탐사 현황」, 국회입법조사처 제출자료

제7광구는 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슈 서쪽 사이에 위치한 대륙붕으로 그 면적은 8만 2000㎢에 달하며 서울의 135배에 해당한다. 1970년 한국 정부가 영유권을 선포한 뒤 일본이 반발했으나 이를 조율해 1974년 한일 공동개발 협정이 체결됐고 1978년 비준서를 교환하며 공동개발이 시작됐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일본은 국제해양법의 흐름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한국과의 공동 탐사 제안을 철저히 묵살해 왔다. 이번 협정이 종료될 경우 한일 관계는 에너지 분야에서도 새로운 긴장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

오 국장에 따르면 지난 2월 5일 열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회의의 키노트 세션에서는 댄 설리번 미국 상원의원이 알래스카 유전 관련 발표를 주도했다. 이 회의에서 논의된 핵심 주제는 덴마크령인 알래스카 북부에서 생산된 LNG를 일본과 한국으로 수출해 중국의 석유 굴기를 봉쇄하는 것이 미국의 전략적 목표임이 강조됐다. 

당시 회의에 참석해 제7광구 문제를 토론 테이블에 올린 바 있는 오 국장은 트럼프의 알래스카 전략이 "단순한 LNG 구매를 넘어서 극한 환경 개발, 1300km 파이프라인 건설, 액화시설 등 64조원 규모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공화당 소속 댄 설리반 상원의원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한미일 3국 간 에너지 협력 강화 방안 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 /CSIS 유튜브

다만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출, 유네스코(UNESCO) 군함도 등재 과정에서의 강제징용 명시 약속 무시 사례들을 언급하며 이와 같은 문제들이 누적된 상황에서 7광구 협력까지 종료될 경우 이는 한국 내 대일 감정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오 국장은 지적했다.

특히 일본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협정 만료를 방치할 경우 양국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경고다. 그는 "일본이 협정 유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이는 단기적으로 경제적 손실을 회피하려는 전략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미·일 에너지 안보 협력이 와해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