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더봄] 돈보다 사랑을 선택한 여성의 러브스토리 - '노트북'

[강신영 시니어 입장가] (33) 금세기 최고의 로맨스 영화 국내서 세 차례나 재개봉돼

2025-03-08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21세기 최고의 로맨스 영화라는 평을 듣는 영화다. 노부부의 사랑을 그린 프랑스 영화 <아모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여인이 사는 집 맞은편 동네 큰 저택에서 매일 밤 파티를 여는 남자의 얘기를 그린 미국 영화 <위대한 개츠비>도 연상되는 영화다.

영화의 시작은 요양원이다. 중증 치매에 걸린 한 노부인에게 노신사가 노트북에 쓴 이야기를 읽어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매일 그렇게 한다. 노부인은 다른 건 다 귀찮아하면서도 이 사랑 이야기는 어디선가 본 것 같다며 귀를 기울인다.

책 내용의 배경은 1940년대 미국이다. 17살의 남자 주인공 '노아(라이언 고슬링)'는 표정이 밝고 예쁜 '앨리(레이첼 맥아담스)'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노아는 무모하게 앨리에게 사랑 고백을 하고 앨리도 싫지 않은 기색이다. 둘은 서로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한창 때이므로 서로에게 이성적으로 미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 <노트북> 포스터

앨리의 아버지는 딸이 사랑에 빠졌음을 눈치채고 남자를 가족 모임에 데려와 보라고 한다. 부잣집인 앨리네 가족은 노아에게 무엇을 하느냐 묻고 얼마를 버느냐고 묻는다. 노아는 아버지를 도와 목수 일을 하며 한 시간에 40센트를 받는다며 성심성의껏 대답한다. 그렇지만 미래가 불확실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지 못한 노아를 앨리네 가족들이 반길 리가 없다. 부모님은 그 둘을 보며 그냥 젊은 날의 한때의 풋사랑이라고 말한다.

가족들의 염려는 신경 안 쓰고 노아는 앨리를 어딘가로 데려간다. 귀족이 살던 폐허가 된 저택이다. 비록 현재는 귀신 나올 것 같은 허름한 집이지만 이곳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단장하여 미래를 함께할 것을 서로 약속한다.

앨리는 한쪽 구석에 있던 피아노를 치며 기쁜 마음을 연주한다. 그러다 둘이 마주 서서 옷을 하나하나 벗는다. 드디어 사랑을 나누려는 순간에 갑자기 친구 한 명이 들이닥친다. 앨리네 부모님이 잔뜩 화가 나 있고 경찰까지 동원해서 문 앞에 와 있다고 알려준다.

새벽 2시 늦은 시간까지 노아와 같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앨리의 부모님이 화를 낸다. "노아 때문에 인생을 망치면 안 된다. 노아는 밑바닥 인생이라 너와는 안 어울린다"고 꾸짖는다. 노아는 화를 내기보다는 앨리와 비교했을 때 경제적으로 형편없는 자신의 삶을 생각하며 현실의 벽을 깨우치고 앨리에게 이별을 고한다.

앨리와 노아를 떼어내기 위해 앨리의 부모님은 서둘러 떠난다. 앨리는 자신이 떠나는 소식을 노아의 친구에게 찾아가 전하며, 사랑한다는 말도 전해달라고 하고 바로 떠난다. 그렇게 마지막 모습도 보지 못한 채 둘의 여름처럼 뜨겁던 사랑은 끝이 나고 만다.

그 이후 노아는 그녀를 잊지 못하고 1년 365일 내내 그녀에게 편지를 쓰지만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한다. 앨리의 엄마가 편지함에서 편지를 죄다 가로채 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365번째 마지막 편지를 보내고 포기하며 이별을 고한다.

영화 '노트북' 스틸컷 /다음 영화

그 무렵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미국이 참전하게 된다. 노아는 북아프리카 전선에 독일의 롬멜 장군과 싸우러 군 입대를 하고 앨리는 대학 재학 중 다른 전선에 간호조무사로 지원한다.

앨리는 그곳에서 부상병을 간호하다가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된다. 노아와는 다르게 그 사람은 똑똑하고 잘생기고 돈 많은 명문가 출신이다. 그는 앨리 부모님의 지지를 받고 둘은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한편, 전쟁에서 돌아온 노아는 한평생 꿈꿔왔던 꿈을 이루고자 한다. 전에 앨리와 함께 왔던 폐허가 된 저택을 전부 뜯어고치기로 한다. 군인 연금에 아버지가 살던 집을 처분하고 대출을 얻어 그 집을 사게 된 것이다. 그 저택을 본 노아의 생각은 오직 앨리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그 후 얼마 안 되어 별세한다.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던 노아는 길에서 우연히 앨리를 보고 급하게 내려 쫓아간다. 하지만 그녀가 어떤 남자와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본다. 새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상심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노아는 모든 것을 같이하기로 한 그 폐허의 집수리를 완벽하게 마치면 그녀가 다시 돌아올 거라는 생각에 저택을 수리하는 데 집중한다. 그렇게 수리를 다 마친 집은 멋진 집이 된다. 산다는 사람은 무수히 많고 높은 가격을 불러도 노아는 팔 생각이 없다. 앨리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자 군인 과부가 된 옆집 여자와 잠자리를 가지며 성욕도 해소하고 외로움을 달래기도 했지만, 마음만은 주지 않는다.

영화 '노트북' 스틸 컷 /유튜브 화면 캡처

한참 결혼 준비를 하던 앨리는 우연히 신문을 통해 노아가 수리한 집을 내놓은 기사를 발견한다. 광고 사진에는 멋진 집 앞에 노아가 웃고 있다. 앨리는 다시 떠오르는 옛 생각에 결혼 전 정리할 것이 있다며 노아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날 밤 드디어 둘은 육체적으로 처음 결합한다. 7년을 기다렸으니 밤이 짧았다.

그런데 다음날 엄마가 찾아온다. 약혼까지 했는데 그러면 안 된다며 미래를 위한 선택에 신중하라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어딘가로 데려가 탄광에서 삽질하는 한 초라한 늙은 사내를 가리킨다. 자신이 젊은 시절 사랑했던 남자라며 그와 결혼했더라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해 보라고 했다.

앨리는 노아가 보낸 편지를 엄마가 그간 가로챘다고 원망하자 모아뒀던 편지 뭉치를 엘리에게 건네준다. 곧 약혼자도 온다고 했다. 약혼자가 와서는 노아를 총으로 쏴 죽이거나 죽도록 패거나 앨리와 헤어지거나 해야 한다며 화를 낸다. 그러나 셋 모두 앨리를 잃는 악수라는 걸 안다.

앨리의 선택은 의외로 노아였다. 노아의 절절한 사랑 고백이 담긴 편지를 읽고 차를 몰아 노아의 저택으로 돌아온 것이다.

여기서 노신사는 잠시 이야기를 멈춘다. 많이 들어본 것 같다면서 노부인 앨리가 말한다. 사실 노신사는 노부인의 남편 노아였던 것이다. 하지만 치매 증세가 심한 탓에 알아보지를 못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자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라며 잠시 치매에서 벗어난다. 의사가 의학적으로 노인성치매는 절대로 회복할 수 없다고 했는데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내 다시 치매 상태로 돌아가 병문안 온 자식과 손주들도 못 알아본다. 그렇게 정신이 왔다 갔다 하면서 노신사가 찾아가 둘은 한 침대에 눕는다. 다시는 떨어지지 말고 영원히 함께하자며 손을 꼭 잡으며 잠이 든다.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노트북>은 2004년 처음 국내에 개봉된 이후 2016년, 2020년, 지난해인 2024년 세 차례 재개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