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인간의 숙제 '배설 케어'···로봇이 대안 될까  

케어 로봇, 장기 요양 현장과 거리감 커   종사자 고령화·일상 공간인 시설 특성 탓   젊은 인력 유입이 먼저, 환경 개선 시급 

2025-02-22     김정수 기자
노인 돌봄의 고난도 영역 중 하나로 용변 처리가 꼽힌다. '배설케어로봇'이 돌봄을 지원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요양시설 어르신들과는 거리감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 누워서 생활해야 하는 와상 환자 이영숙 씨(82). 이씨는 배설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돌봐주는 사람의 부담을 알아 그저 참기 일쑤다.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 현상이지만 이씨에겐 그마저도 사치다. 사람이 아닌 로봇이 배설 보조를 대신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가 매일 밤 하는 생각이다.

노인 돌봄의 고난도 영역 중 하나로 용변 처리가 꼽힌다. '배설케어로봇'이 돌봄을 지원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요양시설 어르신들과는 거리감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체 활동이 어렵거나 지적 능력이 저하된 경우 용변 처리를 돕는 배설 보조가 필수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배설케어로봇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 장기 요양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돌봄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전문 인력 부족으로 인해 요양보호사의 물리적·경제적 부담이 가중하고 있다. 배설 케어는 이들의 큰 부담 중 하나다.

20여 년 돌봄 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경기도 A 요양시설 원장 B씨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용변 처리는 돌봄 종사자들에게 힘든 업무 중 하나”라며 “어르신의 소변량을 줄이기 위해 수분 섭취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배설 케어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또 치매 어르신들의 경우 기능성 요실금이 발생해 소변 조절이 어렵다. 그런 증상들을 기관에서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업무 로딩이 걸리는 등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배설케어로봇이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서 제한적으로 보급된 배설케어로봇 중 대표적인 사례로 의료기기 업체 큐라코의 ‘케어비데’가 있다. 케어비데는 거동이 불편해 침대에서 생활하는 노인이나 장애 환자의 대소변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로봇이다. 센서를 통해 배설물을 흡입하고 비데 기능을 활용해 둔부를 세척한 뒤 건조까지 마치는 방식이다. 오물 수집 통에 모인 배설물은 하루에 한두 번 치우면 된다.

큐라코가 개발한 배설케어로봇 ‘케어비데’ /큐라코

큐라코에 따르면 케어비데는 지난달 16일 서울 시립요양원 11곳에 보급됐다. 앞서 서울시는 시립요양원 2곳에서 해당 제품을 1년간 시범 사용한 뒤 다른 곳들까지 확대 보급하기로 했다. 다만 전국적으로 보급되기에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

그 원인 중 하나로 비용 부담이 꼽힌다. 케어비데는 미국과 일본에서 정부의 공적 보험 지원 제품에 등록됐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원 제품에 등재되지 않았다.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단이 2024년 10대 대표 과제로 선정해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공적 보험 지원 제품에 등재되지 않으면 일반 환자가 쉽게 사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판매 가격은 1100만원으로 매달 27만9000원을 내면 이용할 수 있다.

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생활 공간인 요양시설의 환경과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단순히 용변 처리를 자동화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기기 사용에는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B 원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돌봄 기술이 발전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현재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이 60대 중반이고 70대 종사자 비율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복잡한 기계를 다루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당장 장기 요양의 현장은 젊은 인력을 끌어올 수 있는 적정한 급여, 교육 등 환경 개선이 먼저다. 그러한 환경이 기반돼야 기계 도입도 현실성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시설의 어르신들은 움직이면서 용변을 처리해야 하는데 배설케어로봇은 움직임이 제한된다는 점에서도 한계가 따른다. 그는 “어르신들이 기계를 거부하거나 스스로 기계를 제거할 가능성이 높고 (크게) 체위를 변경할 때마다 기계를 분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며 “일시적으로 병원에서 신체가 제한적인 환자를 대상으로 대변을 유도하기 위해 좌약을 사용할 경우 기계를 활용해 처리하는 게 유용하지만 일상생활의 공간인 요양시설과는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일본에서도 배설케어로봇이 혁신 기술로 소개됐지만 실제 요양시설에서 사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조추용 가톨릭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여성경제신문에 “배설케어로봇이 보조 도구로는 활용될 수 있지만 인간의 손길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배설 보조는 단순히 변을 치우는 것이 아니라 냄새 관리와 뒤처리까지 포함된 과정”이라며 “이는 돌봄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어려운 영역이다. 사람이 직접 해야 할 최종적인 역할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