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팩] 윤 대통령 할아버지가 친일파?···사실 확인해 보니

尹 부친과 같은 日 대학 졸업 동명이인 온라인 커뮤니티서 반윤 정서 자극 전문가 "저급한 미디어 장사꾼 많아"

2025-02-19     이상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조부가 일본에서 유학했던 사람이라며 3대가 친일 가문이라는 설이 최근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19일 여성경제신문이 깐깐한 팩트탐구 코너를 통해 해당 주장을 검증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 조부가 살던 시기에 동명이인이 있었기 때문에 생긴 억측이었다.

윤 대통령 조부 친일파 설은 SNS를 통해 확산됐다. 좌익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서 한 누리꾼은 '저는 윤석열 집안부터 거슬러서 추적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정말 신기한 게 그 당시에 드문 케이스인 윤석열 조부 윤호병이다. 그 당시 사람이 현재의 일본 대학에 해당하는 일본 교육기관을 나왔더라"며 "윤석열 조부 연배 정도면 저건 일제시대 부역하던 중상류층에서도 쉽지 않은 교육 혜택이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네이버 블로그와 커뮤니티 뽐뿌에서도 "윤호병은 윤석열의 할아버지이고 윤기중은 아버지로 둘 다 일본 유학으로 일본 극우 대학을 다녔다"는 비판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에는 윤 대통령 부친 故 윤기중 교수와 윤호병을 나란히 놓고 약력을 적은 사진도 첨부됐다. 사진에는 윤호병이 도쿄고등상업학교(현 히토쓰바시대학)을 졸업했다고 나와 있다. 윤기중 교수도 히토쓰바시대학을 나왔다고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 조부의 동명이인을 이용한 가짜뉴스 /온라인 커뮤니티

그러나 사진 속 인물은 윤 대통령의 조부가 아닌 윤호병(尹皡炳) 전 허정 내각 재무부 장관이다. 윤호병 전 장관은 1891년 3월 15일 출생해 도쿄고등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금융인으로 지내다 1975년 6월 26일 향년 84세로 사망했다.

반면 윤 대통령 진짜 조부 윤호병은 일본 유학을 하지 않았다. 윤 전 장관과 이름 '호'자의 한자가 다른 윤호병(尹浩炳)은 1898년 2월 1일생에 1946년 10월 15일 향년 48세로 사망해 대전공원묘원에 안장돼 있다. 직업과 인물 사진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1931년 아들 윤기중이 태어났다.

윤 대통령 부친인 윤기중은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석사 졸업한 뒤 일본 문부성 국비 장학생 1호로서 히토쓰바시대학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1966년부터 1968년까지 유학해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한국경제학회장,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 등을 지내다 2023년 8월 15일 향년 91세로 사망했다.

윤 대통령 조부 친일파 설은 아들인 윤기중 전 교수가 히토쓰바시대학이라는 점과 동시대에 동명이인이 히토쓰바시대학을 나왔다는 점이 묘하게 겹치면서 추측이 가짜뉴스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을 반대하는 야당 지지자들의 온라인 공간에서 일장기나 욱일기를 덧붙인 '짤방'(재미있거나 흥미를 끄는 간단한 사진)의 형태로 퍼졌다.

전문가는 최근 탄핵 정국에서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요즘 집회가 많아 혼란인 틈을 타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이들이 돈을 번다"며 "진짜는 2 정도 넣고 가짜는 8 정도 배합해서 저질 소설을 쓰는 건데 다 보여줄 순 없으니까 썸네일이나 짤방 형식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급한 미디어 장사꾼이 많은 상황이 일반인들한텐 위기고 손해 보는 것"이라며 "대중들도 그걸 진짜로 믿고 가치를 둔다기보다는 약간 질 낮은 게임으로 즐기는 것 같다. 미디어를 즐기는 방식이 하향 평준화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가 민주당 지지층이 모인 페이지에 윤석열 부친 친일파 설을 제기했다.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