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걸림돌이었던 두산밥캣 탓···두산에너빌 영업익 30% 급감

원자력·가스터빈 수주 늘려도 알짜라던 밥캣 매출 12% 뚝↓ 자회사 실적 부진 직격탄 맞아

2025-02-17     이상헌 기자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한 뒤 두산로보틱스에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지만 기업 오너가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주주들의 반발을 못 이겨 무산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두산밥캣의 부진이 그룹 전체의 실적 하향을 이끈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당 결정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17일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6조2331억원, 영업이익 1조17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7.71%, 30.65% 감소한 수치로 자회사 실적 부진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영업이익이 30% 이상 급감한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대선과 금리 등 외부 불확실성, 수요 둔화 및 생산량 조정으로 두산밥캣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연결 손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산밥캣은 건설장비 업황 악화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2% 감소한 8조5512억원, 영업이익은 37% 줄어든 8714억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에너지 사업도 악전고투를 펼쳤다. 두산에너빌리티 별도 실적도 감소했다. 지난해 별도 매출은 전년 대비 5% 줄어든 6조3203억원, 영업이익은 13.52% 감소한 3934억원을 기록했다. 석탄 화력발전 설계·구매·건설(EPC) 사업 종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난해 수주액은 7조131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7% 줄었지만 원자력 부문의 성과에 힘입어 목표 수주액(7조1000억원)은 초과 달성했다. 수주 잔고는 15조8879억원으로 1.5% 감소했다. 두산퓨얼셀 역시 매출이 57.8% 증가한 4118억원을 기록했지만, 연료전지 가격 하락과 생산시설 투자에 따른 고정비 증가로 17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매출 6조4773억원, 영업이익 3732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수주 목표는 10조7154억원으로, 체코 원전(4조9000억원)을 비롯해 가스·수소(3조4000억원), 신재생에너지(1조원), 일반 건설·주단조(1조4000억원) 부문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자력과 가스터빈 중심 사업 확대로 향후 5년간 연평균 6%의 수주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며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60기 이상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두산에너빌리티는 전력 및 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라 2027년까지 기존 7000억원에서 6000억원을 추가해 총 1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자금은 비핵심 자산 매각과 두산스코다파워의 체코 상장을 통해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가스터빈(GT)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