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기억나?” 치매 치료비 6조원 시대···우리 사회는 준비됐나

5년 새 28% 증가···건강보험 재정 위기 초고령사회, "노인 의료 대책 시급하다"

2025-02-17     김현우 기자
치매·파킨슨병·퇴행성 관절염 등 24개 노인성 질병의 건강보험 급여비(의료급여·비급여 제외)는 2023년 약 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4조6800억원)보다 19.3% 증가한 수치다. /연합뉴스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았다. 평생 가정을 위해 헌신했던 어머니가 이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건망증이라 생각했지만 병원에서 ‘알츠하이머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머릿속이 하얘졌다. 곧장 치료를 시작했다. 한데 의료비 부담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국내에서 치매를 포함한 노인성 질병 진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를 통해 지원되는 진료비가 매년 치솟으며 정부의 의료재정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치매·파킨슨병·퇴행성 관절염 등 24개 노인성 질병의 건강보험 급여비(의료급여·비급여 제외)는 2023년 약 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4조6800억원)보다 19.3% 증가한 수치다.

증가세는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2024년 상반기만 해도 이미 2조9000억원이 지출돼 지난해 전체 진료비의 절반을 넘어섰다. 단순 계산하면 2023년 대비 7.1% 이상 증가해 연간 6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2019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28%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노인성 질병으로 치료받은 인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200만3000여명에서 2023년 232만4000명으로 16% 늘었고 2024년 상반기에는 이미 185만2000명이 진료를 받았다.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이러한 환자 수 증가는 불가피한 흐름이다.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병이 증가하는 가운데 의료보장 적용을 받는 65세 이상 인구도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2023년 6월 기준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65세 이상 인구는 945만2435명이었고 기초생활수급자 및 의료급여 대상자를 포함하면 총 1014만2231명에 달한다. 2016년 694만명과 비교하면 약 8년 만에 46% 증가한 것이다.

초고령사회에서 노인 의료비 부담은 필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의료비 지출 구조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미애 의원은 “65세 이상 의료보장 적용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제는 노인이 충분하고 다양한 돌봄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장기요양 서비스의 종합적인 체계를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