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비은행'에 KB·농협 웃고 신한 숨 고르기···하나·우리 '노력해요’
[2024년 5대 금융지주 경영 실적 분석] KB, 은행 역성장에도 비은행 40% '화색' 보험이 절반 이상···증권도 50.3% 증가 신한은행 1등 탈환했지만 비은행 11%P ↓ 카드 역성장은 일시적···영업실적 양호 하나, 최고 실적에 비은행 반등했지만 그래도 우리와 함께 보험·증권 키워야 농협, 수수료이익 증가···비이자 6.9% ↑
국내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의 2024년 실적은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됐다. KB금융그룹은 비은행 부문의 성장에 힘입어 사상 첫 연간 순이익 5조원을 돌파하며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신한금융은 은행 부문의 강한 성장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지만 카드업계 1위를 내주며 비은행 기여도가 줄어들었다. 하나금융은 해당 비율 반등에 성공했으며 우리금융은 '3조 클럽'에 재진입했으나 여전히 은행 의존도가 높아 보험사 인수 완주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실적을 공시한 NH농협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순익 성장세에 힘입어 역대 최고 실적을 썼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연간 순익 5조원을 돌파한 KB금융그룹은 비은행 계열사 기여도 역시 40%를 넘기며 겹호재를 맞았다. KB금융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는 수수료이익의 비은행 기여도를 신한과 비교할 때도 확인할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분석 결과 KB의 수수료이익 중 비은행 기여 비중은 70.6%로 신한(62.3%) 대비 8%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자이익의 은행 기여 비중은 KB가 79.7%, 신한이 77.5% 2%포인트가량 차이 났다.
KB금융의 2024년 연간 순익은 5조78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늘어났다.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이 각각 5.3%, 4.8% 증가한 것에서 영향을 받았다. 순이자마진(NIM)은 전년(2.08%) 대비 0.05%포인트 하락한 2.03%로 집계됐으나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 속 대출 수요가 늘고 계열사의 이자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실적은 소폭 하락했지만 KB증권과 KB손해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순익이 고루 성장했다.
KB국민은행의 연간 순익(3조2518억원)은 2023년(3조2615억원) 대비 소폭(0.3%) 감소했는데 이는 홍콩 H지수 ELS 손실 복구에 영향을 받았다. 이자이익은 10조2239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지만 NIM은 2023년 1.83%에서 지난해 1.78%로 소폭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5조3989억원으로 24.7% 늘어난 데 반해 영업외손실이 크게 확대됐다. 지주 연간 순익의 60%만이 은행에서 발생했다.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큰 순익을 낸 곳은 KB손해보험으로 2024년 8395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다. 특히 '본업' 부문인 보험이익 성장세가 뚜렷했다. 2023년 832억원으로 집계됐던 보험이익은 2024년 978억원으로 17.5% 성장했다. 투자이익 역시 6.4% 늘어났다. KB금융의 또 다른 보험계열사 KB라이프생명은 전년(2341억원) 대비 15.6% 증가한 2694억원의 순익을 냈다. 이로써 KB의 보험계열사 2곳은 지주 전체 연간 순익의 21.8%(1조1089억원), 비은행 연간 순익의 과반을 책임졌다.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중 두 번째로 순익 기여도가 컸던 KB증권은 전년 대비 순익 증가율 50.3%를 기록하며 연간 순익 5857억원을 달성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SF평가본부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KB금융지주는 이미 신용등급이 최고 수준인 트리플 A(AAA)를 유지하고 있기에 더 올라갈 곳이 없지만 비은행 계열사의 다각화된 포트폴리오가 기존의 우수한 등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달성했고 신한은행은 KB국민은행에 내줬던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기도 했으나 '카드업계 1위 수성 실패'와 '비은행 기여도 10%포인트 하락'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상기한 대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했던 KB금융과는 반대 노선을 탔던 셈이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5175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이는 대출 성장을 통해 이자이익이 5.4% 늘어난 데서 영향을 받았다.
이자이익의 대부분은 신한은행(3조6954억원)에서 발생했는데 이는 2023년 같은 기간 대비 20.5%나 늘어난 수치다. 신한은행의 원화대출자산은 연초 대비 1.3%나 늘어났다. 비이자이익 역시 전년 대비 20.6% 증가한 5206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관련 손익이 11.6% 감소했지만 수수료이익이 12.3% 성장하며 비이자이익 증가를 이끌었다.
2024년 신한은행의 연간 순익은 3조7059억원으로 전년(3조728억원)과 비교할 때 20.6% 증가함에 따라 KB국민은행(3조2518억원)을 넘어섰다. 신한은행이 KB국민은행을 제치고 '1등 은행' 자리를 되찾은 것은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반면 신한금융의 '순익 2위' 계열사이자 10년간 카드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신한카드는 2023년(6206억원)과 비교할 때 7.8% 줄어든 연간 순익(5721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수료 및 기타영업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이에 따라 신한카드는 삼성카드에 카드업계 순익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삼성카드의 2024년 연간 순익은 6646억원으로 신한카드를 440억원 이상 앞섰다.
신한카드의 순익 규모가 감소하긴 했지만 영업 성과 측면에서는 양호한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한카드의 영업이익은 전년(5조3962억원) 대비 14.8% 성장한 6조1975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카드는 2022년부터 3년 연속으로 지속적인 영업이익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는 신용카드(3.0%), 할부금용(9.1%), 리스(8.5%) 부문 모두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인 것에 영향을 받았다.
수수료 및 기타영업비용이 늘어난 것은 일회성 요인인 희망퇴직과 법인세 등이 증가한 탓이다. 특히 희망퇴직자에게 지급한 특별퇴직금이 판매관리비(+10.2%)를 끌어올렸고 기타영업비용이 전년 대비 30.8% 높아졌다.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전년보다 3.8% 더 쌓은 것도 연간 순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KB손보가 약진한 것과 마찬가지로 신한금융의 생명보험사 신한라이프는 당기순이익 5284억원을 기록하며 2023년(4724억원) 대비 11.9% 실적을 개선했다. 신한라이프는 신한금융의 순익 3위 계열사로 최근 생보사 빅3(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을 위협할 수준까지 성장했다. 다만 자산운용이익 등 금융이익이 135.4% 증가한 것과 반대로 '본업' 부문인 보험이익이 전년 대비 1.2% 감소한 점은 아쉽다.
역대 최대 연간 순익(3조7388억원)을 달성한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 기여도는 전년(4.7%) 대비 11%포인트 상승한 15.7%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나금융 연간 순익 중 비은행 기여도는 지난 2021년 32.9%로 집계됐으나 2022년 18.9%, 2023년 14.7%로 지속해서 하락했던 바 있다. 수수료이익은 전년 대비 15.2% 증가했으며 따라서 이자이익이 1.3% 감소했음에도 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다. 수수료이익은 늘었지만 비이자이익 전체는 2.3% 뒷걸음쳤다.
하나금융 순익의 대부분은 하나은행이 벌어들이고 있다. 하나은행은의 지난해 순익은 3조35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지만 전체 순익 기여도는 80%를 웃돈다. 감소 원인에 관해 하나금융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 이익 감소와 환율 상승에 따른 환 손실 등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자회사 중 지난 2023년 2924억원의 적자를 냈던 하나증권은 2024년 2251억원 순익을 내며 성공적으로 흑자 전환했다. 하나카드의 연간 순익은 2217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전년(1710억원) 대비 29.6% 증가했다. 반면 하나캐피탈(-44.5%)과 하나자산신탁(-27.3%)의 연간 순익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하나생명은 7억원 적자를 내며 전년(54억원 흑자)과 달리 손실을 봤고 하나저축은행(-322억원)은 적자 폭을 확대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이익 기여도는 15.7%로 과거 20~30% 수준을 하회했다"며 "비은행 부문 이익은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를 위한 노력이 비은행 부문의 회복은 물론 이익과 수익성 개선에 있어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우리금융은 전년(2조5063억원) 대비 23.1% 늘어난 3조860억원의 연간 순익을 달성하며 '3조 클럽'에 재입성했지만 이 중 우리은행이 98.5%(3조394억원)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비은행 부문 강화가 더욱 절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이자이익은 2023년 대비 41.9% 급증한 1조5541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카드의 순익(1472억원)이 32.6% 늘어나긴 했으나 은행의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부문 영업이 확대된 탓이 더 컸다.
NH농협금융지주는 비이자이익 증가세에 힘입어 2024년도 역대 최대 연간 순익(2조4537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에 비해 11.7% 성장한 수치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수수료이익이 9.6%나 상승하면서 전년 동기(1조6859억원) 대비 6.7% 성장한 1조7991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은행 자회사의 실적 개선 폭이 크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주 전체 연간 순익 중 NH투자증권,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등 비은행 자회사가 벌어들인 순익은 1조원을 돌파하며 전체 순익 기여도 31.9%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27.7%) 대비 4.2%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이에 따라 NH농협은행의 기여도는 60%대로 감소했다.
비은행 자회사 ‘1위’인 NH증권은 지분율 반영 전 기준 6867억원의 순익을 내면서 전년(5564억원) 대비 23.4% 개선된 성적을 냈고 '2위' 농협생명은 2023년(1817억원)과 비교할 때 35.4% 확대된 순익을 냈다. 지난해 562억원의 손실을 봤던 NH저축은행이 2024년 126억원을 벌어들이며 성공적으로 흑자 전환한 점 역시 비은행 기여도 증가를 견인했다. NH농협리츠운용과 NH벤처투자 역시 흑자로 돌아섰다. 농협금융의 자회사 중 실적이 역성장한 곳은 농협손보가 유일하다.
지주 순익 전체의 68.1%를 차지하는 농협은행의 연간 순익은 1조8070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전년(1조7805억원)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2조795억원)을 기준으로 해도 2.7%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협은행이 2024년 벌어들인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은 각각 1.3%, 1.8% 감소했다. 특히 수수료이익은 지난해 7480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7083억원) 대비 소폭 반등했으나 지난해 다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비은행 계열사 강화 전략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금융지주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조성한다고 본다. 이혁준 본부장은 본지에 "금융지주가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경제 환경이 악화될 때 그룹 전체가 함께 영향을 받는다”며 “특히 금리 변동에 따른 수익 구조가 은행에 편중될 경우 리스크 분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 본부장은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면 한쪽의 부진을 다른 부문이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또한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금융지주 수익을 보면 특정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제2금융권에 대한 분산투자로 증권업이나 보험업, 여신 전문업 등을 골고루 성장시키기 위한 차별화된 영업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금융사업 전반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사 순익 기여도가 증가했지만 KB금융을 제외하고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5대 지주 순익의 절반 이상은 은행에서 나오는데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확대한 외환위기 이후로는 사실상 적자가 날 수가 없는 구조가 됐다"고 본지에 설명했다. 주담대는 대표적 저리 상품이지만 취급량이 많아 은행이 벌어들이는 이자도 많다. 이어 관계자는 "경제성장률과 은행의 영업 기조가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 없는 한 비은행 계열사가 눈에 띌 만큼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