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는 주주에 책임 없어" 헌법학계서도 상법 개정 우려 목소리
지성우 전 헌법학회장 "개정안 위헌 소지 있어" 법적 책임 회피로 헌법 제119조 원칙과 충돌 경영 위축·기업 가치 하락 초래 가능성 제기 "이사 행위 기준 구체적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범위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음을 지적했다.
13일 상장협은 지성우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헌법학회장)에게 의뢰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에 관한 헌법적 고찰' 의견서를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이사에게 주주의 이익을 고려할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에 대해 경제계는 남소 위험 증가와 경영 위축에 따른 기업가치 감소 등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
지성우 교수는 의견서를 통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이사는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주주 이익을 우선하는 경영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헌법 제119조에 명시된 사회적 시장 경제질서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사가 어떤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어 법률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며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의 충실의무에는 이미 주주 보호 이념이 포함되어 있으며 해외에서도 이사의 의무에 주주 보호를 명시한 사례는 없다"면서 "이사는 회사와 법적 위임 관계를 맺고 있지만 주주와는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는 만큼 개정안이 민법과 상법 체계를 혼란스럽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개정안은 주주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오히려 이사의 책임 회피 성향을 강화해 기업 경영 위축과 기업 가치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는 만큼 개별 사례별로 주주 이익 침해 여부를 규제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김춘 상장협 정책1본부장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개념적으로 모호해 실질적인 의미 없는 규정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며 "주주 보호를 위해서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상황에 맞춘 이사의 행위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은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