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쓰나미에도···볕드는 ‘태양광·조선’ 

'中 관세 폭탄'에 반사이익 누려 웨이퍼·폴리실리콘 관세율 60% 트럼프에 러브콜 받은 조선업계 

2025-02-12     유준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일으킨 ‘관세 쓰나미’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다만 최대 경쟁자인 중국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조선, 태양광 등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눈길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10%의 추가 보편 관세는 지난 4일부로 공식 발효됐다. 이에 따라 태양광 웨이퍼 및 폴리실리콘 관세율은 기존 50%에서 60%로 높아졌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관세 인상이 중국의 유해한 정책과 관행의 영향을 더디게 할 것으로 기대하며 올해 1월부터 해당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두 배로 높였다. 불과 한 달여 만에 재차 관세가 10%포인트(p) 상향된 것이다.  

트럼프는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을 장악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지속적으로 높은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높다.   

그간 중국 태양광 업계가 저가 물량 공세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 70%, 글로벌 시장 80%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국내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일명 ‘트럼프 효과’로 태양광 기업들에 기회가 생기게 된 것이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지난해 257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OCI홀딩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0.9% 줄어든 1015억원에 그쳤다. 폴리실리콘 사업을 담당하는 말레이시아 법인(OCI 테라서스)이 저가 중국산 공급과잉 직격탄을 맞은 여파다.  

OCI홀딩스는 올해 비중국 폴리 실리콘 수요 정상화를 전망하며 주요 계열사 OCI테라서스의 실적 개선을 예상했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몇달 간 중국발 재고가 자취를 감출 정도로 (공급과잉 현상이)개선돼, 지금부터는 실제로 진짜 비중국산 폴리실리콘, 웨이퍼, 태양전지 투자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업계 역시 트럼프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조치를 동원하고 있는 데도 반대로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올리고 있는데 해군 함정 보수나 액화천연가스(LNG) 판매 등을 위해서는 높은 기술 수준을 가진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조선소 중 수주량 1~4위는 중국 조선사였다. 중국 조선소가 계약을 따 낸 선박량은 4645만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해 환산한 톤수)로 전체 발주량의 무려 71%나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레이건 행정부 들어 관련 정부 보조금이 끊기며 조선업이 쇄락의 길을 걸어온 미국에는 중국 조선업계의 급성장이 안보 위협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다”며 “중국을 배척하면서도 자국 조선업·해군력을 끌어올려줄 제3의 길이 필요하다는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미국 의회는 해군 함정 건조를 동맹국에 맡기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나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에 있는 조선소에서 해군 함정 건조를 맡길 수 있게 된다. 

미국 의회가 해당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12일 국내 증시에서 조선주가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HD현대중공업은 전장보다 15.36% 급등한 35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와 함께 STX엔진(11.96%), HD한국조선해양(5.64%), HJ중공업(8.62%) 등 조선 관련 종목이 동반 상승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LNG 신규 수출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LNG선을 건조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라며 “중국 배를 쓸 수 없으니 이 시장은 한국이 독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