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주 칼럼] 0세도 유튜브를 본다?
[허영주의 크리에이터 세상] 미국 부모에게 신뢰 받는 토들러 크리에이터 미즈 레이첼 영상 아기와 1 : 1 대화하는 듯해 아기들이 그녀 따라 하는 모습 보여 신뢰 얻어 전문가들 0세부터 영상 보여줘도 되는지 논쟁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부모마다 다를 것
며칠 전 11개월 아기를 키우는 미국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생각지 못한 장면을 목격했다. 친구의 아기가 유튜브를 보는 장면이었다.
필자는 친구에게 이렇게 어린 아기한테 미디어를 보여줘도 괜찮냐고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미즈 레이첼은 괜찮다”라고 답했다. 심지어 친구의 아기는 미즈 레이첼을 통해 밥을 더 달라, 우유를 달라, 배부르다 등을 표현하는 손 언어를 배웠다고 했다.
미국 부모들에게 신뢰를 받는 ‘토들러 크리에이터’ 미즈 레이첼은 누구이고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것일까.
미즈 레이첼의 본명은 레이첼 그리핀 아쿠르소(Rachel Griffin Accurso)이다. 유아 언어 발달 전문가이자 유치원 교사 출신인 그녀는 말이 늦은 아들을 위해 유튜브에 교육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키즈 콘텐츠가 화려한 색감, 빠른 편집, 과장된 효과음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미즈 레이첼의 영상은 굉장히 심플하고 차분하다. 그녀는 마치 아기와 1 : 1로 대화하는 듯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이러한 그녀의 방식은 영유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를 받으며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게 대부분의 영상이 억 단위 조회수를 기록하며 유튜브 키즈 콘텐츠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채널 중 하나가 되었다.
그녀가 부모들의 신뢰를 얻은 이유는 아기들이 적극적으로 그녀를 따라 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즈 레이첼의 영상 덕분에 첫 단어를 말하기 시작했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0세부터 영상을 보여줘도 되는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쟁은 뜨겁다. 일부 전문가들은 교육적인 콘텐츠라면 영유아의 언어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부모가 아이와 함께 시청하며 소통할 경우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으며 맞벌이 부모나 육아에 지친 부모들에게는 현실적인 육아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소아과학회(AAP)와 세계보건기구(WHO)는 만 2세 이하의 영유아는 가능하면 영상 시청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연구에 따르면 너무 이른 나이에 영상에 노출될 경우 언어 발달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으며 과도한 스크린 타임은 주의력 저하와 사회성 발달 저하를 유발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화면을 보는 것보다 실제 경험과 상호작용을 통해 배우는 것이 훨씬 중요하므로 부모와의 놀이와 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필자는 0세 아이에게 미디어 노출을 하는 건 무조건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실제 친구의 아기가 언어 발달에 효과를 본 것을 보고 조금은 마음을 열게 되었다.
미즈 레이첼처럼 아이들의 언어 발달을 돕는 채널들은 또 있다. 대표적인 채널을 몇 가지 소개해보자면 먼저 4300만 구독자를 보유한 <Super Simple Songs> 채널이다. 이 채널은 간단하고 반복적인 노래를 통해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고 발음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밝은 색감과 친근한 캐릭터를 사용하여 아이들의 관심을 끌며 각 노래는 교육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 언어 발달에 유익하다.
또 소개할 채널은 970만 구독자를 보유한 <Mother Goose Club> 채널이다. 이 채널은 전통적인 동요와 운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아이들이 언어 리듬과 발음을 배우는 데 도움을 준다. 각 에피소드는 특정 주제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들이 새로운 단어와 개념을 쉽게 습득할 수 있다.
이처럼 토들러 대상의 교육 콘텐츠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영유아의 언어 발달과 학습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스크린 노출에 대한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부모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교육적인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최대한 배제하려 할 수도 있다. 미디어가 아이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테지만 중요한 건 부모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 아닐까.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허영주 크리에이터
성균관대학교에서 연기예술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걸그룹 ‘더씨야’, ‘리얼걸프로젝트’와 배우 활동을 거쳐 현재는 팬덤 640만명을 보유한 글로벌 틱톡커 듀자매로 활동하고 있다. <2022콘텐츠가 전부다> 책을 썼고 현재 동서울대학교 엔터테인먼트 경영과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다재다능한 ‘슈퍼 멀티 포텐셜라이트’로서 여러 채널에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설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평생 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되어 열정적으로 살아보기’를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