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시작한 연금개혁·정년연장 논의···여야 불신 해소 첩첩산중
위원회 구성 주도권 싸움 野 "2033년에 65세 적용" 노사정 대화 계엄에 중단
초고령화 위기를 맞아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과 현행 만 60세로 정해진 법적정년을 연장하는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그동안 쌓인 상호 간의 불신과 개혁의 방향성 차이가 있어 공회전에 그칠 우려가 나온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연금개혁 추진에 불씨를 댕겼다. 이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먼저 "당장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개혁을 하자"고 제안하자 권 원내대표가 "모수 개혁부터 논의하는 것을 수용하겠다"고 답하면서 큰 틀에서 합의 기대감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저출산으로 신규 가입자 자체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약 700만 명)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급자가 되고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연금기금은 2041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6년이면 기금이 고갈된다. 연금 개혁이 지연되는 동안 하루 885억, 연간 32조 원의 연금 부채가 쌓이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이 부실화되면 혼란과 파장을 예측할 수 없다"며 '더 내고 덜 받는'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다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야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선(先) 모수개혁'을 언급하긴 했으나 논의 기구에서의 주도권에 있어 생각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여야 동수로 구성될 가능성이 큰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반면 민주당은 야당이 과반인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모수개혁을 다루고 구조개혁은 별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현재 국민연금 구조는 청년 세대에게 부담을 짊어지게 하는 문제가 있어 가입자 감소 현상이 나타난다"며 "중장년은 그동안 혜택을 누렸는데 청년은 30년 이상 장기 가입해도 한 달에 불과 120만원만 받는다는 불안감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연금개혁을 두고 여당을 향해 “보험료율 13%는 이견이 없고, 국민의힘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는 민주당의 최종안 45%와 1% 간극에 불과하니 당장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개혁의 물꼬를 틔워보자”고 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AI시대를 대비한 노동시간 단축, 저출생과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비하려면 ‘정년 연장’도 본격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2대 총선 공약으로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에 따른 법정 정년연장’을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발맞춰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11일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높이는 정년연장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인 반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3세다. 해당 법안은 시행 후 2027년까지는 63세, 2028년부터 2032년까지는 64세, 2033년 이후에는 65세를 적용해 기업과 사회의 연착륙을 도모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조건을 내걸고 선을 그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정년 연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 고용 어려움 해소 방안, 임금체계 개편, 고용의 유연성 담보 등도 함께 논의하는 게 맞다”며 "정년 연장의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는 현재 중단된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를 재개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다만 그간 노동계에서 유일하게 경사노위와 계속고용 관련 사회적 대화를 진행했던 한국노총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불참을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윤석열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윤 정부를 사회적 대화 상대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재계에선 정년을 자체적으로 연장하거나 정년퇴직한 직원을 재고용하는 곳들이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 2022년 정년을 61세로 올린 뒤 올해 62세로 추가 연장했다. 동원홈푸드는 정년퇴직한 직원을 대상으로 1년 단위 재고용 제도를 운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