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의 '큰 그림'···팔란티어, 美 정부 개혁의 '히든카드'로

팔란티어 4분기 매출 전년비 36%↑ 20년간 개발 '온톨로지' 핵심 경쟁력 알렉스 카프 "DOGE, 전적으로 지지" 트럼프 공무원 구조조정 '명분' 제공

2025-02-11     김성하 기자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와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오른쪽) /게티이미지=연합뉴스

딥시크 쇼크로 엔비디아 등 기존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팔란티어는 데이터 분석과 보안 설루션을 앞세워 차별화된 강세를 보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가 추진하는 정부 구조조정과 맞물리면서 팔란티어의 역할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팔란티어의 2024년 4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8억28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로 월가 예상치를 4628만 달러(약 670억원)를 상회했다.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22% 이상 급등했으며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과 성장 전망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팔란티어는 4분기 실적 호조에 힘입어 올해 1분기 및 연간 매출 전망치를 높였다. 1분기 매출 전망치는 약 8억6200만 달러, 연간 매출 약 37억6000만 달러로 예상되며 시장 평균 예상치(35억2000만 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는 실적 발표에서 "이번 성과는 AI 혁명의 중심에서 팔란티어의 입지가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대형 언어 모델(LLM)의 상업화에 대한 우리의 초기 통찰이 이제 이론이 아닌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팔란티어의 핵심 경쟁력은 20년에 걸쳐 개발된 '온톨로지(Ontology)'에 있다. /팔란티어 홈페이지 캡처

팔란티어의 핵심 경쟁력은 20년에 걸쳐 개발된 '온톨로지(Ontology)'에 있다. 팔란티어는 이를 '통합된 데이터 위에 구축된 의미론적 계층'으로 설명하며 온톨로지를 '세상을 카테고리화하는 것(An Ontology is a categorization of the world)'이라고 정의했다.

일반적인 데이터 시스템은 데이터의 출처, 이동 경로, 활용 방식, 접근 권한 등 네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반면 팔란티어는 여기에 "이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을 추가했다. 데이터 자체는 단순한 정보에 불과하지만 사용자가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가치를 가진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비용 절감'을 목표로 설정한 두 기업이 있다. 두 기업 모두 같은 목표를 갖고 있어도 기업의 상태와 필요에 따라 해결책은 달라진다. 일반적인 데이터 시스템은 두 기업을 단순히 '비용 절감이 필요한 기업'으로 분류하지만 팔란티어의 온톨로지가 적용되면 각 기업의 상황과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맞춤형 설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비용 절감을 통한 영업이익 개선을 원하는 기업은 운영 효율성을 분석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지출을 최적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면 재무 위기에 처한 기업은 고정비 절감, 자산 매각, 구조조정 등 긴급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 팔란티어의 온톨로지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기업의 상황과 목표에 맞춰 최적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팔란티어가 정의하는 ‘이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의 핵심 개념이다.

팔란티어는 미 국방부와 협력해 군의 모든 자산을 데이터화하는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JADC2)'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전차, 전투기, 부대 등 군 자산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로 변환해 디지털 트윈으로 시각화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기업에 적용한 것이 '팔란티어 파운드리(Palantir Foundry)'다. 기업이 보유한 모든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분석해 최적의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설루션이다. 이를 기반으로 팔란티어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빠르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팔란티어는 AI 데이터 보안 분야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미국 국방부(DoD)로부터 최고 기밀 정보를 다룰 수 있는 '임팩트 레벨 6' 보안 인증을 받은 기업으로 이 인증을 보유한 곳은 팔란티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단 3곳뿐이다.

팔란티어의 성장에는 트럼프 행정부와 일론 머스크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미국 정부 규모를 대폭 축소하기 위해 연방 공무원 200만명을 대상으로 퇴직 유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델라웨어주 윌밍턴 법원에서 2016년 태양광 사업체 솔라시티 인수와 관련해 증언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의 계획을 위해 칼을 휘두르는 건 머스크의 일이다. 새롭게 신설된 '정보효율부' 수장으로 임명된 그는 연방 정부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약 2조 달러(약 2915조6000억원) 규모의 지출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X 인수 후 재정난 속에서 1만4000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한 만큼 정부 인력 감축에도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연방 정부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불확실하다. 머스크는 이번 퇴직 유도로 연방 공무원 규모를 5~10% 감축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연방 공무원 노동조합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연방지법에서 보류됐다.

머스크는 '자발적 퇴사' 외에도 다른 방식의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8일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가 이끄는 DOGE 직원들이 교육부 등 주요 연방 기관에 배치돼 부처별 데이터를 분석하고 구조조정 대상을 분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직원들은 기존 공무원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 활용'에 적극적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팔란티어가 일론 머스크의 목표를 실현하는 데 최적의 기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팔란티어의 최고 기술책임자(CTO) 샴 상카르는 4분기 실적 발표 웹캐스트에서 "DOGE는 정부에 능력주의와 투명성을 도입할 것이며 이는 우리 민간사업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파괴적 혁신을 지지하며 미국에 좋은 것이 결국 미국 국민에게도 이롭고 팔란티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머스크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알렉스 카프도 지난해 12월 폭스 비즈니스(Fox Business)와의 인터뷰에서 "팔란티어는 DOGE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이를 이끌 인물로 머스크보다 적합한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공무원들이 엘론 머스크의 정부 효율성부(DOGE)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며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와 머스크의 연방 구조조정을 도와줄 수 있는 해결책이 팔란티어에 있다. 구조조정에 있어 연방 공무원 노조의 반발과 함께 '공무원 신분 보호제도'라는 법적 장벽도 존재한다. 이 제도는 자의적이거나 정치적 이유로 부당 해고를 금지하며 성과 부족, 태만, 비리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문서화해 증명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팔란티어는 모든 데이터를 정량화하고 표준화하는 기업이다. 특히 생산성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도록 설정해 기업의 모든 조직 데이터를 통합·시각화할 수 있다. 정부가 이를 활용해 팔란티어의 온톨로지를 '인력 절감'에 맞춰 설정하면 연방 공무원의 실적을 데이터로 시각화하고 문서화해 해고의 '명분'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팔란티어는 미 연방정부의 클라우드 보안 표준 인증인 FedRAMP High 인증을 완료했다. 이 인증은 연방 정부 기관이 안전하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안 표준을 설정하는 인증제도다. 샴 샤키르 CTO는 "연방 정부 전체에 클라우드 서비스 채택을 촉진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팔란티어는 정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인 'FedStart'를 통해 또 다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정부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기업에 지원하는 설루션으로 기존에는 약 18개월의 승인 절차와 10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던 프로세스를 대폭 단축할 수 있다. 팔란티어를 이용하면 정부 규제와 보안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팔란티어가 해당 플랫폼을 적용하면 DOGE는 성과 측정과 인력 관리를 담당하고 팔란티어는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하거나 서비스 혁신을 지원하며 스타트업들이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 효율성 계획은 팔란티어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기술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