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후순위채로 K-ICS 사수 나서···이자 부담 전가 우려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산출 모형 변화로 킥스 하락 현실화···후순위채로 자본 확충 기준금리 인하기에 4~7%대 이자율 부담
보험사가 회계상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 추가 감소를 막기 위해 후순위채권을 대규모 발행하고 있다. 통상 후순위채권 이자율은 자산운용수익률보다 높은 탓에 보험사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다수 보험사는 후순위채를 발행했거나 발행할 계획이다 한화손해보험은 5000억원 규모 발행을 완료했고 메리츠화재와 동양생명, DB손해보험, DB생명 등은 각각 3000억원, 7000억원, 4000억원, 2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가까운 시일 내 발행할 예정이다. 롯데손해보험도 1000억원 규모를 찍어낼 예정이었지만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과 기준금리 인하기에 돌입한 상황을 고려해 발행 시점을 연기했다.
보험사의 연이은 후순위채 발행은 가용자본을 늘림으로써 킥스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후순위채는 기업이 빚을 내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지만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 킥스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얼마나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보험업법상 해당 비율은 100% 이상으로 유지돼야 하며 금융감독원은 150% 수준을 권고하고 있다.
최근 보험사의 킥스 비율은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24년 신한라이프의 해당 수치는 206.8%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44%포인트 줄어들었다. 동기간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의 해당 수치 역시 27.8%포인트, 64.5%포인트 줄어들었다.
킥스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금융당국의 회계상 무·저해지 보험 계리가정 가이드라인 설정이 지목된다. 금융당국은 2023년 새로운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된 이후 보험사가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해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렸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이를 산출할 때 보수적인 '로그-선형 모형'을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CSM은 보험사의 주요 실적 지표로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산출 모형이 달라지자 이 역시 낮아졌다. 이는 곧 킥스 비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도 보험사는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킥스 비율 하락을 방어했다. 현대해상과 교보생명은 각각 9000억원,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킥스 비율을 10%포인트가량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4~7%에 달하는 후순위채 이자율이다.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을 평균 3%로 후순위채 이자율보다 낮다. 보험사들은 자본건전성 지표 하락을 막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자본성증권을 발행하고 있는 것.
기준금리 인하기에 돌입했다는 점도 보험사의 이자 부담을 높인다. 보험사는 주로 장기채권에 투자해 자산운용수익을 내는데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수익률도 하락한다. 보험사는 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동일한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후순위채 조기 상환을 고려할 때 발행 시점보다 금리가 크게 떨어져 있다면 콜옵션을 행사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킥스 비율 규제가 완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부채 할인율 현실화 방안을 마련한 이상 킥스 비율 관리 기준을 지금보다 낮추어도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며 "킥스 비율 유지를 위해 대규모 자본성증권을 발행하는 것은 보험사의 비용을 키우는데 이러한 부담은 소비자에게도 전가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