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더봄] 몇 살까지 일을 해야 할까요(하고 싶어요)?

[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2024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노령인구의 사회적 역할 고민 중

2025-02-11     김현주 공공기관인, 전 매거진 편집장
출생률은 떨어지고 노령화는 빨라진 지 이미 오래, 마침내 2024년 12월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사진=unsplash의 Johnny Cohen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정년 연장’을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YTN <팩트 추적>)을 보게 됐다. 아무래도 오십 대 중반이 되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주제라 자연스레 리모컨을 멈췄다. 20대에 입사한 첫 직장에서 24년을 근무하고 퇴사한 이후 해오던 업무의 성격을 바꿔 일을 하고 있는 데다가, 임금피크제에 들어갔거나 정년을 맞아 퇴직한 선배들의 근황을 요 몇 년 지켜보고 있자니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사실 60세 정년까지 다니던 회사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은퇴 후라고 달라지는 건 없다. 본인, 배우자, 노부모, 자식에 손주까지 챙겨야 할 사람과 일은 좀체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니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이 시기를 지난 이들이 퇴직 이후의 소득을 따져보고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준비하고 부딪쳐 보는 건 당연하다. 

‘고령화에 불붙은 과제, 정년 연장’이란 제목의 이 프로그램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로 정년 연장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여러 논쟁이 발생하고 있음을 전제로 시작한다. 작년 12월 마침내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이후 노인 규정 연령의 상향, 정년 연장, 연금 제도 개혁 등이 바쁘게 논의되고 있는 시점이라 놓치고 갈 수 없는 사안임이 틀림없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인 ‘고령화사회’가 된 시점은 2000년이었고, 그들이 14% 이상으로 늘어난 ‘고령사회’는 2017년에 다다랐다. 그리고 7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들어선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된, 즉 국민 5명 중 1명이 소위 ‘노인’인 나라에 살고 있다. 

물론 인구 변화에 있어 고령화는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다. 통계청이 작년에 발표한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고령인구 구성비는 2024년 10.2%에서 2072년 20.3%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 시기 한국은 고령인구가 47.7%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하니, 이대로라면 앞으로 50년 후에는 인구의 절반 정도가 65세 이상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세계 인구는 2024년 81억6000만명에서 2072년 102억20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같은 시기 한국 인구는 5200만명에서 3600만명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하니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보건과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기대수명 평균이 80대로 늘어난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출생률은 1%에도 못 미치며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우리나라의 출생률, 그러니까 1년 동안 태어난 인구를 전체 인구의 숫자로 나눈 비율은 2023년 기준 0.72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과 생산의 주체를 젊은 세대에게만 두는 건 그들에게도, 사회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방송에 출연한 노동계와 재계 모두 노후 소득 공백과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0세 이상의 노동자를 더 고용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고용하느냐에서 입장이 갈린다.

크게는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 임금 삭감 없는 법정 정년 연장을 하자는 측과 기업 부담을 고려해 정년퇴직 후 재고용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측으로 나뉘는데, 이 외에도 정년 이후 재취업이 청년층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는 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과 재취업 자체가 불가능한 곳에서 일을 하는 노령인구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의견 등 각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갈 방법을 따져본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임에도 지금까지 개인, 사회, 정부 모두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영화 '인턴'은 경험 많은 시니어와 열정 많은 주니어가 만들어 낸 판타지 같은 스토리다.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100세 시대를 입에 달고 사는 요즘은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시니어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체력과 집중력이 달라졌기에 젊은 시절 하던 일과는 같은 일을 할 수는 없다. 다른 방식과 태도로 일을 대해야 한다. 나 역시 계획한 성과를 보란 듯 빠르게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던 예전과는 달리, 하고 있는 일의 목적과 방법이 적정한지 하나하나 되짚으며 이를 통해 사람들이 어떤 만족을 얻는지 염두에 두는 일을 하고 있다.

도약하고 확장하며 도전하고 성취하는 즐거움은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그 시기를 이미 지나온 우리는 그들이 달려가는 길목에 빈 곳이 생기지는 않는지 놓친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고 채우는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  

10년 전에 개봉한 영화 <인턴>이 떠오른다. 칠십의 나이에 인턴으로 입사한 벤(로버트 드 니로)은 열정 가득한 서른 살 CEO 쥴스(앤 헤서웨이)에게 “오해하지 마세요. 난 불행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저 내 인생에 어딘가 빈구석이 있고, 그걸 채우고 싶을 뿐이에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 옆에서 그녀가 의지할 수 있도록 자연스레 도움을 전한다. "경험은 나이 들지 않아요. 경험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죠"라며 말이다. 70세의 인턴, 멋지지 않은가. 물론 영화라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