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세의 실버타운 탐방기] 1. 수도권서 두 번째 규모 서울시니어스 가양타워 ① 백나영 부부문장 인터뷰
도심에 자리한 입지 조건이 최고 장점 내부에 자체 갤러리와 아트홀 보유 미대 교수·오케스트라 단장 출신 회원도
실버타운 탐방기를 시작하며
필자는 전국의 실버타운을 조사해 <실버타운 사용 설명서> 책에서 34곳을 분석했지만 숫자로 정리된 정보만으로는 실버타운의 진짜 모습을 다 담을 수 없었다. 실버타운의 가치는 결국 '사람'에서 나온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입주민들의 삶, 운영자의 철학, 그리고 실버타운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모여야 비로소 한 곳의 실버타운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 탐방기는 직접 현장을 방문해 운영 책임자나 입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실버타운의 실상을 전하고자 한다.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이야기들과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실버타운의 면면을 풀어낼 계획이다.
서울시니어스 가양타워, 시니어 라이프의 새로운 모델
고령화 시대를 맞아 실버타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심에서 생활하며 편리한 인프라를 누리고 싶은 시니어층의 니즈를 반영한 ‘도심형 실버타운’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서울을 중심으로 6개의 실버타운을 운영 중이다. 그중 가양타워는 350세대로 수도권 실버타운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고창타워를 제외한 서울시니어스타워 5개 지점을 총괄하는 백나영 부부문장을 만나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추구하는 가치와 운영 방식 그리고 실버타운 입주민들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도심형 실버타운의 가치
서울시니어스타워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심 내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백 부부문장은 “나이가 들어도 도심에서 생활하며 편리한 인프라를 누려야 한다는 철학으로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 쇼핑몰,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입지 선정이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서울시니어스타워는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운영되며 입주민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 많은 입주민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이 ‘이곳은 안전한가?’인데 그동안 보증금이나 운영상의 문제 없이 지속적인 안정성을 유지해 왔다.
다양한 입주 형태와 체험 입주 프로그램
가양타워를 포함한 서울시니어스 6곳 지점은 다양한 입주 형태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타워는 전통적인 입주보증금 중심의 모델에서 저 보증금에 월 임대료를 조금 더 내는 방식을 도입하였다.
최근에는 실버타운 생활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체험 입주’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 중이다. “체험 입주는 고창타워에서 먼저 활성화되었는데 서울의 다른 지점에서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직접 살아보면 입주 결정이 훨씬 쉬워지고 만족도 또한 높아진다.” 백 부부문장은 실버타운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젊은 시니어층의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입주민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70대 중반에서 80대가 많았지만 이제는 60대와 70대 초반도 많이 찾아온다.”
순환 근무제로 향상되는 서비스 품질
서울시니어스의 또 다른 특징은 직원들의 순환 근무제다. 타 실버타운과 달리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직원들이 한 지점에만 머무르지 않고 정기적으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한다. 백 부부문장은 “순환 근무를 통해 직원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입주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특히 직원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더 신선한 시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직원들은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고 각 지점에서 배우고 익힌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입주민의 식사 품질에 관한 세심한 관리
식사는 입주민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는 요소 중 하나다. 백 부부문장은 “영양팀은 매달 한 번씩 만나 맛집 투어를 진행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버타운 식단에 적용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최대한 집밥 같은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건강을 고려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가 방문한 날 백나영 부부문장과 함께 회원전용 식당에서 입주민들과 동일한 점심 식사를 체험할 수 있었다. 식사 전에 촬영한 사진을 보면 반찬들이 정갈하게 담겨 있었으며 식사마다 죽이 제공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날 점심으로 나온 야키토리는 깊은 풍미가 살아 있어 맛이 훌륭했다. 이에 대해 칭찬하자 백 부부문장은 “영양팀이 매월 맛집을 탐방하는 과정에서 합정동의 한 음식점에서 삼색 야키토리 덮밥을 발견하고 영감을 받아 메뉴로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서울시니어스타워의 식단이 단조롭지 않고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양타워는 식당을 직영하며 입주민들의 피드백을 적극 받아들여 식단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식자재는 항상 신선한 재료를 엄선하고 단순히 반복되는 메뉴가 아니라 균형 잡힌 영양과 맛을 고려한 다양한 식단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양타워뿐만 아니라 서울시니어스타워 전 지점이 1달간 식단을 공유하면서도 각 지점의 영양팀이 협력해 지역별 특성과 입주민의 선호도를 반영한 맞춤형 메뉴를 기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실버타운 식사의 질을 한층 더 높이고 건강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음식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가양타워의 주간 식단표를 살펴보면 집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메뉴가 눈길을 끈다. 훈제오리마늘볶음, 새송이굴소스볶음, 더덕양념무침, 사골봄동국, 가오리찜, 바비큐폭찹 등 다채로운 식단이 준비되어 있어 메뉴만 보아도 군침이 돌 정도다.
자유식당에서는 정규 식단과 별도로 유료로 주문할 수 있는 특식이 마련되어 있다. 떡갈비스테이크, 추어탕, 연어스테이크, 장어구이 등 고급 메뉴가 제공되며 이처럼 정규 식단과 별도로 특식을 매일 운영하는 곳은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유일하다.
입주민들의 생활과 커뮤니티 활동
가양타워는 입주민들이 활발한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마련하고 있다. 예술 활동, 운동 프로그램, 동호회 모임 등 입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도 갖추고 있다.
우쿠렐레, 당구, 아쿠아무브먼트, 난타, 늘푸른합창단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며 입주민들은 서로 소통하며 취미를 나눌 수 있다. 가양타워는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활기찬 시니어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양타워는 분당타워와 함께 전국 실버타운 중 유일하게 상설 갤러리를 갖춘 곳이다. 1층에 위치한 이 갤러리는 입주민뿐만 아니라 외부 예술인들도 전시를 열 수 있으며, 외부인에게도 무료로 개방된다.
백 부부문장은 "갤러리는 문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작가와의 만남’을 운영하며, 입주민들이 예술과 문화를 가까이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가양타워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실버타운으로서 차별화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백 부부문장은 “요즘 입주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 단순히 편리한 생활 중심의 실버타운에서 벗어나 보다 역동적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액티브 시니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버타운에서의 인간관계 형성은 입주민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가양타워에서는 신규 입주민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멘토-멘티 시스템을 운영하고 고향, 학연, 종교 등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식사 시간에도 적절한 자리 배치를 통해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고창타워와 힐링 카운티의 역할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운영하는 실버타운 중 유일하게 전라남도에 위치한 고창타워는 차별화된 운영 방식을 갖추고 있다. 고창타워가 위치한 웰파크시티는 단순한 실버타운을 넘어 은퇴자 마을(Retirement Village)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곳에는 몇 년간 임대로 거주할 수 있는 힐링 카운티, 암 면역 치유센터를 포함한 석정웰파크병원과 요양병원, 파크골프장, 맨발 황톳길, 게르마늄 온천탕까지 다양한 건강·여가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서울에서 은퇴 후 전원에서 여유롭게 살고 싶은 분들에게 최적화된 공간이다. 입주민의 35%가 해외 교포일 정도로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은 곳이다.”
한발 더 나아가 노인 친화적 마을로 발전시키기 위해 맞춤형 상점, 문화시설, 일자리 창출 기회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방향성과 도전 과제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앞으로도 노인 복지 모델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백 부부문장은 “실버타운 자체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닌 차별화된 콘텐츠와 서비스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서울시니어스타워가 단순한 실버타운을 넘어 시니어 라이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곳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달 살기 체험 입주’를 활성화해 실버타운이 어떤 곳인지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라고 한다.
가양타워는 입주 대기자들에게 예치금을 받고 대기 순서를 정하지는 않는다. 대신 상담을 받은 고객을 내부적으로 기록해 공실이 발생하면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서울시니어스타워는 6개 지점간에 연계를 통해 빈 공실을 확인해주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실버타운 입주를 원하는 시니어라면 적극적으로 문의할 경우 예상보다 빠르게 입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