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고 시간 많은 ‘욜드족’이 뜬다···유통가, 5060 시니어 정조준

5060세대 유통업계 주 소비층 부상 마트 문화센터 ‘욜드족’ 강좌 늘려 홈쇼핑 ‘영시니어 전담조직’ 구축

2025-02-06     류빈 기자
홈플러스는 오는 3월 개강하는 문화센터 봄 학기에 ‘욜드족’ 강좌를 기존 398개에서 725개로 82% 확대키로 했다. /홈플러스

경제적·시간적 여유를 갖춘 ‘욜드족(young+old의 합성어)’이 유통업계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트부터 홈쇼핑, 프랜차이즈 업계까지 욜드족 세대인 5060 중장년층 공략에 공들이는 모양새다.

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유통업계가 5060세대에 중점을 둔 마트 문화센터 운영과 중장년층 고객을 위한 전담 조직을 꾸린 홈쇼핑 서비스를 통해 시니어 고객에게 가장 최적화된 마케팅 전략에 집중하는 추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30일 발간한 ‘GG 마켓 공략 보고서’에서도 65세 이상 노인 1000만명 시대를 맞아 소비시장 큰손으로 부상하는 ‘그랜드 제너레이션(GG)’ 마켓을 선점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왕성한 경제, 사회, 여가 활동을 이어가는 1950∼1971년생 시니어를 'GG'(Grand Generation)로 정의하고, 초고령화 시대에는 이들이 주류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가 찾아오면 상대적 가치를 주는 상품과 서비스 중심의 상향 소비를 추구하기 때문에 GG의 상향 소비에 대응하기 위한 '프리미엄 가치'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영향으로 홈플러스는 쇼핑과 문화생활을 즐기는 5060세대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오는 3월 개강하는 문화센터 봄 학기에 ‘욜드족’ 강좌를 기존 398개에서 725개로 82% 확대키로 했다. 회사 측은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준비하는 ‘웰 에이징(Well-aging)’ 트렌드를 접목한 강좌를 폭넓게 구성하는 한편, 자녀를 위해 문화센터를 즐겨 찾았던 ‘5060 문센맘’이 자기계발을 위해 재방문하는 것을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실생활과 취미를 결합한 수업을 대거 편성하고 ‘저속 노화(Slow-aging)’ 콘셉트를 반영한 이색 강좌도 선보인다. 대표적으로 셸 위 셔플댄스, 퍼스널 진단 컨설팅부터 생존 근육·동안 자세 만들기, 갱년기 건강식 K-푸드 클래스, 명품을 걸치지 않아도 귀티 나는 4050 뷰티 클래스, 저속 은퇴를 위한 미술·부동산 임장 클래스 등이다.

홈쇼핑업계는 중장년층 이상 고객이 많은 업계 특성상 빨라지는 고령화 추세에 발맞춰 5060세대 공략에 역점을 두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50~60대를 겨냥한 ‘영시니어 전담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MD전략 디비전 산하에 ‘트렌드사업부’를 신설하고 기존 명품, 패션·잡화 등 2개 조직 체제에서 영시니어를 추가해 3개로 트렌드를 세분화한 것이다. 

과거 중장년층은 홈쇼핑에서 화려한 패턴의 옷이나 주방용품을 구매했지만 최근 5060세대는 문화적 경험이 풍부하며 세련된 디자이너 옷이나 여행 상품을 더 선호하는 추세다. 이에 현대홈쇼핑은 해외 수입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를 포함해 취급 품목을 확대하고 헬스케어 등 신상품을 발굴하는 데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식품도 중장년층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 이랜드의 외식 사업 법인인 이랜드이츠의 한식 뷔페 레스토랑 자연별곡에서는 중장년층이 편하게 섭취 가능한 메뉴를 중심으로 샐러드바를 개편했다. 소화가 어려울 수 있는 튀김 요리 가지 수를 축소하고 생선구이나 보쌈처럼 연하고 먹기 편한 찜과 구이 메뉴 수를 늘렸다. 이에 50대 이상 소비자 비중이 지난 2023년 4분기 38.9%였다가 2024년 1분기 42%, 2분기 42.5%로 갈수록 증가세를 보였다. 

풀무원의 디자인밀 케어푸드 ‘얇게 펼친 꼬꼬불고기’, ‘짜먹는 양갱(팥, 샤인머스캣)’ 등 3종 제품이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의 ‘고령친화우수식품’으로 지정됐다. /풀무원

‘케어푸드’로 일컫는 고령친화식품도 점차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군으로 늘어났다. 매일유업, 현대그린푸드, 대상, 풀무원, 신세계푸드, 일동후디스 등은 고령자용 영양조제식품부터 섭취와 소화에 용이한 연화식과 연하식 등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시니어 세대의 소비액도 크게 증가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발표한 ‘2024 서울시 중장년의 소비 및 정보활용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2019년 대비 5년 새 5060 소비액이 급증했다. 지난해 50~54세 소비액은 1조26억3900만원으로 2019년 6634억9300만원 대비 51.1% 급증했다. 5세 단위로 끊어 살펴본 전 연령대 중에서 유일하게 1조원을 넘겼다.

이들 바로 윗 연령대인 55~59세도 같은 기간 소비액이 5189억5800만원에서 8179억2200만원으로 57.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직후 연령대인 60~64세 소비액은 해당 기간 4028억6200만원에서 6569만9300만원으로 씀씀이가 63.1% 증가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시니어 세대가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인지하지 않고 젊게 생활하는 경향이 있어 이들에게 맞는 마케팅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 역시 GG세대는 생물학적 신체 나이보다 10년 이상 젊은 '감성 나이'로 생활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이 GG를 대상으로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을 할 경우 감성 나이를 기준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제품에 노인이나 실버 등의 단어가 들어가면 소비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시니어에 맞는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맞지만 대외적으로 마케팅을 할 때는 노인, 실버 등의 단어를 강조하지는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