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만원짜리 2주 휴식, 사치품이 된 산후조리원
산후조리원 이용 비용 3년 새 18% 상승 산모 10명 중 7명 산후조리원 이용 희망 정부 산후조리원 의무 평가제 도입 추진
김하은(34·가명) 씨는 첫 출산을 앞두고 산후조리원 예약을 하려다 깜짝 놀랐다. 2주 이용료가 300만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아이 낳고 몸조리 잘해야 한다는 말에 당연히 산후조리원을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비쌀 줄은 몰랐어요. 집에서 친정 도움 받으려니 마음이 불안하고 산후조리원 가자니 돈이 부담되고 참 난감하네요." 김 씨의 고민은 비단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5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산모가 산후조리원 이용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2주 기준 평균 286만 5000원으로 집계됐다. 3년 전인 2021년(243만 1000원)보다 17.9%(43만 4000원) 상승한 수치다. 2주 남짓한 조리 기간을 고려하면 하루에 20만 원 가까이 지출하는 셈이다.
산후조리원은 산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조리 장소다. 산모 10명 중 7명(70.9%)이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머무기를 선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건비 상승과 물가 인상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복지부는 이 외에도 “산후조리원 서비스의 고급화와 다양한 부가 서비스 제공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가정에서의 산후조리 비용도 덩달아 올랐다. 본인 집, 친정, 시가에서 산후조리를 한 산모들이 쓴 비용은 평균 125만 5000원으 나타났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기준이 확대되면서 가정 내 돌봄 서비스 이용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배우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개선된 모습이다. 이번 조사에서 배우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17.4%로, 2021년(9%) 대비 약 두 배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모들은 만족스러운 산후조리를 위해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 확대(37.4%)’와 ‘배우자 육아휴직 제도 활성화(22.9%)’를 요구했다.
문제는 비용 부담뿐만이 아니다. 산모들의 정신 건강 상태도 악화됐다. 산후우울감을 경험한 산모는 68.5%로, 2021년(52.6%)보다 크게 늘었다. 산후우울감 경험 기간도 평균 134.6일에서 187.5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산모가 23.8%에 달해 산후 정신 건강 관리 지원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복지부는 산후조리원 비용 상승에 대한 대응책으로 ‘산후조리원 의무 평가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산후조리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 위생, 비용 투명성 등을 평가해 국민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논의되고 있어, 법안이 통과되면 평가제를 본격 시행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