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동분서주'에도 한화생명 목표가 하락···업계 "위협 안 돼"

투자회사 MOU에 美 진출 초석도 놨지만 "배당 불확실" 지적받으며 목표가 줄하향 자회사 GA 중심 설계사·판매 늘어났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1위 삼성생명 못 따라와

2025-02-04     허아은 기자
지난 1월 22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한화생명과 셀라돈 파트너스가 아시아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김동원 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여승주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첫 번째)과 함께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생명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배당이 불확실해진 탓에 증권가는 한화생명 목표 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대규모 설계사 영입과 해외 진출에도 불구하고 핵심 수익성 지표를 보면 업계 1위를 노리기는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증권가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한화생명 목표 주가를 3800원에서 3400원으로 10%가량 내렸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036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불확실한 배당 가시성과 할인율 하락에 의한 자본 축적 부담을 고려했다"고 목표가 하락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역시 최근 한화생명의 주당 목표가를 하향조정했다. SK증권은 지난달 목표가를 3800원에서 3500원으로 낮췄고 지난해 11월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각각 3500원에서 3200원으로, 4000원에서 3500원으로 수정했다.

목표가 조정과 관련해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화생명이 "양호한 신계약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CSM 조정이 지속 발생하며 좀처럼 잔액이 순증하지 못하고 있고 신지급여력비율(K-ICS) 및 해약환급준비금 등 배당 제약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배당 지급의 어려움을 목표가 조정 이유로 꼽았다.

한편 김동원 사장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SBVA, 셀라돈 파트너스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BVA는 인공지능(AI)과 ICT 분야의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강한 투자회사다. 셀라돈파트너스는 자산운용사로 환태평양 시장을 주무대로 삼는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사업 확대를 위해 인니사업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하기도 했다. 해외 시장 공략은 미국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한화생명은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를 매입하며 금융상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 팽창에도 불구하고 보험사의 핵심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업계 1위 삼성생명과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의 CSM(계약서비스마진) 대비 APE(연납화보험료) 비율을 비교하면 한화생명의 해당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 2023년 기준 한화생명의 신계약 APE는 2023년 3조2630억원으로 삼성생명(3조1040억원)보다 높았다. 그러나 미래 수익성(CSM)을 APE로 나눈 수치는 한화생명이 0.80으로 삼성생명(1.16)보다 낮았다. 이는 한화생명이 신규 계약을 다수 체결했지만 저마진 상품 위주로 판매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차이는 한화생명이 GA(독립법인대리점)를 중심으로 단기납 종신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하여 매출을 높였지만 수익성 있는 상품 판매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고객의 보험료 납부 기간이 10~15년으로 짧아 많이 판매되더라도 보험사가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

한화생명은 지난 2021년 4월 자회사형 GA 한화금융서비스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제판분리에 나섰다. 출범 당시 1만9000명이었던 설계사 수는 공격적인 영입 전략에 힘입어 지난해 6월 2만4493명까지 늘어났다. 이는 GA 중 가장 큰 규모로 4대 GA(한화생명금융서비스·인카금융서비스·GA코리아·글로벌금융판매) 소속 설계사 6만7962명 중 3분의 1 이상이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소속이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설계사 수 확대 방침이 원수사를 대상으로 하는 협상력 늘리기 전략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소속 설계사 중 허수도 정말 많다"면서 "빅3 생명보험사 중 나머지 두 곳이 위협적으로 느끼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