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장벽에···K-푸드, 글로벌 질주 제동 걸리나
대미 농식품 수출액 최대 실적 한국 기업 제품 경쟁력 약화 전망 미국 현지 생산 공장 투자 집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임기 시작과 함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수출 비중이 커지고 있는 K-푸드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예고한 25%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했으나 한시적 조치여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국내 기업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4일 관련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전면 관세' 시행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 이를 한 달간 전격적으로 유예키로 했다. 반면 중국에 예고한 10% 추가 관세는 예정대로 4일 0시를 기점으로 발효됐다. 유럽연합(EU)에도 곧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관세 시행을 유예했지만 한시적이기 때문에 관세 전쟁의 위기감은 계속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통상 국가인 한국의 수출 전선에도 비상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 미국으로의 수출이 20% 이상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총수출액이 연간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감소도 0.29∼0.69%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도 한국 수출품에 10% 이상의 관세 인상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로 인해 연간 대미 수출액이 152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호실적을 기록했던 2023년 대미 수출액은 1156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152억 달러는 전체 수출액의 13.1%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는 국내 유통업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내수 시장 성장 한계로 해외 매출 비중을 늘려나가는 식품업계는 북미 시장에서의 사업성과가 한 해 실적을 좌지우지할 만큼 수출 영향이 커진 상황에서 보편적 관세 부과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에 현지 생산 공장이 없는 기업들의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업계의 경우 미국에서 K-푸드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농식품 수출액은 15억929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1.2% 증가했다. 농식품 전체 수출액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5.9%로 그동안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과 일본을 제쳤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를 인상하면 미국 시장에서의 K-푸드 수출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한국 기업 제품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그만큼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당장 가격 인상을 하지 않더라도 관세 부담에 기업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
농식품 수출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라면 제조업체들이 특히 예의주시하고 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보편 관세를 지불한다고 하면 부담이 있다”며 “아직 확정된 정책이 없어 일단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국내 식품업계는 현지 제조공장을 찾는 등 우회적인 해결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 21개의 공장을 갖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미국 사우스다코다 주에 7000억원이 투자되는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SPC그룹도 텍사스 주에 미국 첫 제빵 공장을 짓는다. 오는 2027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올 여름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간다. 농심, 대상, 풀무원도 캘리포니아·로스엔젤레스 등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식품업계가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팔면 높은 관세를 피하고 물류비 절감과 현지 시설 투자에 따른 미국 정부의 세제 혜택, 현지 생산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 등의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일각에선 관세 직격탄의 영향을 줄이려면 수출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한국 농식품 수출의 절반이 미국, 중국,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국가에 수출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정치적, 경제적 변화나 기후에 따른 공급 상황 변동으로 수출 불안정성이 크다”며 “새로운 해외 시장을 활발히 개척하고 확장해 위험을 분산시키고 수출 성장을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