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관문 넘은 영 케어러 지원법···"맞춤형 지원이 관건"
가족돌봄청년 지원법 법안소위 첫 통과 돌봄 서비스 제공되지만 사각지대 여전 "연령·상황별 맞춤형 지원책 구축 필요"
15만명의 청년들이 가족 돌봄과 생계를 동시에 책임지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가족돌봄청년(영 케어러) 지원 법안이 첫 관문을 넘었지만 연령과 돌봄 상황에 맞춘 맞춤형 지원책이 과제로 남아 있다.
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가족돌봄청년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법적 규정은 미흡하다. 장애, 질병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책임지거나 생계를 부담하는 이들은 개별 법령과 지자체 조례에 따라 제한적인 지원만 받고 있다.
지난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13세 미만 아동부터 34세 이하 청년까지를 지원 대상으로 명문화했으며 가족돌봄청년뿐만 아니라 위기 아동과 고립·은둔 청년까지 지원 범위를 확장했다. 법안에는 5년 단위의 기본계획 수립과 3년 주기의 실태조사, 지자체 중심의 정책센터 설립 근거 등이 포함됐다.
보건복지부(복지부)는 현재 '일상돌봄 서비스'를 통해 중장년과 가족돌봄청년을 대상으로 재가 돌봄, 가사 지원, 병원 동행, 심리 지원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본서비스는 월 12시간에서 최대 72시간까지 제공된다.
다만 가족돌봄청년의 주당 평균 돌봄 시간인 21.6시간(월 약 86시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복지부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의 주당 평균 돌봄 시간은 21.6시간으로 주 돌봄자는 32.8시간이었다. 주당 15시간 이상 돌봄을 부담하는 비율은 38.5%를 차지했다. 희망 돌봄 시간 14.3시간(주 돌봄자 19.2시간)에 비해 7.3시간(주 돌봄자 13.6시간) 더 길게 돌보고 있었다. 평균 돌봄 기간은 46.1개월이었다.
복지부는 이들의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해 '가족돌봄청년 전담 지원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13~34세 청소년·청년을 대상으로 전국 청년미래센터를 통해 맞춤형 상담과 심리 지원, 돌봄비 지원, 공적 돌봄 서비스 연계 등을 제공한다. 현재 인천 미추홀구, 울산 중구, 전북 전주시, 충북 청주시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 중이다. 아직 지원 지역과 범위가 제한적이다.
가족돌봄청년은 현재 구체적인 지원 규정이 없으며 여러 개별 법령에 산재해 있다. 각 지자체에선 조례를 통해 이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 연령 기준과 돌봄 대상의 정의가 각기 달라 사각지대 해소의 한계로 작용한다. ※관련 기사: '10만명 가족돌봄청년' 지원 조건 제각각···사각지대 여전한 '영 케어러'
22대 국회에서는 가족돌봄청년 지원을 위한 9개 이상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번에 국회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이들 법안을 병합·조정한 위원회 대안이다. 가족돌봄청년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다만 본회의 통과까지는 복지위 전체 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등 절차가 남아 있다.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지원의 구체성, 예산 확보 문제, 기존 복지제도와의 중복성 등이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일부 가족돌봄청년 지원 법안에 대한 보건복지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법안의 취지와 필요성이 인정됐지만 실행 과정에서 재정 부담, 체계 중복, 지원 대상 한정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됐다.
복지부는 전담 지원센터 설립과 전담 공무원 배치 등이 초래할 재정 부담을 우려하며 구체적인 예산 계획이 부족하다고 했다. 또한 기존 '아동복지법', '청소년복지 지원법' 등과의 중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안이 돌봄 대상을 소득·재산 기준으로 한정하고 돌봄 범위를 '8촌 이내의 혈족'으로 설정한 점도 현실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문가는 가족돌봄청년 지원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법안 통과 이상의 연령별 맞춤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석말숙 나사렛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가족돌봄청년의 연령대가 초등학생부터 직장인 청년까지 매우 광범위하다”며 “연령대별로 필요한 지원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지원책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석 교수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의 학생 그룹과 대학 졸업 후 사회인 청년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며 “학생은 교육법이나 고등교육법에 따라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사회인 청년은 근로기준법을 기반으로 가족 간병 휴가제 같은 제도를 어떻게 보완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령대에 따라 적용되는 법이 다르기 때문에 각 그룹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획일화된 전담법이라면 각 사안에 우선 적용되는 법을 명확히 규정하고 연령대별로 세분화된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