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빠진 오세훈의 '감사의 정원'···조셉 윤은 보이지 않았다

UN 불신하는 트럼프와 엇박자 보인 吳  "트럼프 노벨상 추천" 정치권과는 접촉

2025-02-04     이상헌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감사의 정원'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서울시청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한 외교사절을 초청한 자리에 한국 전쟁 참전국 22개국 중 하나인 미국 대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셉 윤 대사대리가 정치권과 만남을 가지면서도 이번 공식행사에 불참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4일 오세훈 시장은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행사에서 "서울시가 조성하는 '감사의 정원'에는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준 참전국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참전국에서 채굴한 대표 석재로 만든 22개의 조형물은 대한민국만의 상징이 아니라 UN 참전국 모두의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의 정원'은 광화문광장과 세종로공원 일대에 조성되며 지상부에는 22개 참전국의 석재로 만든 5.7m~7m 높이의 조형물 '감사의 빛 22'가 설치된다. 지하에는 참전국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22개국의 현지 모습을 영상·이미지로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우리를 도운 22개국을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아 22개국 시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의 퇴임 이후 대사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주한 미국대사 대리로 임명했다. 대사대리 임명은 이례적인 조치로 윤 전 대표는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트럼프 행정부가 정식 대사를 임명하기 전까지 한국과의 소통을 담당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라인도 구체화되고 있다. 트럼프 측은 차기 주한 미국대사로 미셸 스틸 전 하원의원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국무부 정무차관에는 북한 전문가인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보좌관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또 마이클 디섬브레 전 태국 주재 미국대사는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후보로 거론된다.

좀처럼 공식 행사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윤 대사 대리는 국내 정치권과 비공개 회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일엔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을 비롯해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별도로 만나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받기도 했다.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은 각국 정부 관료나 국회의원, 대학교수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인사들만 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주한대사 초청 신년 간담회'에서 서울주재 외교사절과 사진 촬영하고 있다. /서울시청

조셉 윤 대사대리가 오세훈 시장이 주최한 행사에 불참한 것은 단순한 일정상의 이유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이번 행사는 국제연합(UN) 참전국의 공헌을 기리는 자리였지만, 트럼프와 UN의 관계를 고려하면 미국 정부가 부담을 느꼈을 거라는 신호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UN을 관료주의 단체로 간주하며 UN 평화유지군(PKO)과 세계보건기구(WHO), 유네스코 등에 대한 미국의 분담금을 대폭 삭감하거나 탈퇴를 선언하는 등 다자주의 외교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감사의 정원’이 UN 참전국 전체를 기리는 행사였다는 점이 미국 측의 미온적인 태도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정치 전문가는 여성경제신문에 "트럼프의 UN과의 불편한 관계, 그리고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 가능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며 "윤 대사대리가 한국 정치권과의 비공식 접촉을 택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한국 내 정세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