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주 칼럼] ‘틱톡 난민(TikTok Refugees)’ 이 되다

[허영주의 크리에이터세상] 직접 경험한 미국 틱톡 금지 조치 대안으로 떠오른 플랫폼 '샤오홍슈' 틱톡을 성장시킨 것은 크리에이터 또 다른 플랫폼도 금지될까 두려워

2025-01-30     허영주 크리에이터
지난 19일, 미국에서 틱톡(TikTok)과 캡컷(CapCut) 등 바이트댄스(ByteDance) 계열 앱들이 앱스토어에서 삭제되었다. 기존에 설치된 앱은 더 이상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새로운 다운로드나 업데이트도 불가능해졌다. /허영주 크리에이터

지난 19일, 미국에서 틱톡(TikTok)과 캡컷(CapCut) 등 바이트댄스(ByteDance) 계열 앱들이 앱스토어에서 삭제되었다. 기존에 설치된 앱은 더 이상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새로운 다운로드나 업데이트도 불가능해졌다.

이번 조치는 2024년 4월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외국 적대 세력 통제 애플리케이션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Protecting Americans from Foreign Adversary Controlled Applications Act)'에 따른 것이다. 해당 법안은 바이트댄스가 미국 내에서 틱톡을 운영하는 것을 보안 위협으로 간주하고 일정 기간 내에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을 경우 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바이트댄스는 미국 기업에 틱톡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중국 정부 또한 해당 기술을 해외 기업에 이전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았다. 결국 미국 정부는 강력한 압박을 가하며 틱톡의 앱스토어 삭제를 현실화했다.

그러나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금지 조치를 75일간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리하여 틱톡의 운명은 75일 후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다.

틱톡 금지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플랫폼에 의존하던 크리에이터들이다. 그들은 ‘틱톡 난민(TikTok Refugees)’이라는 신조어로 불리며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 떠돌기 시작했다. 그중 특히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 샤오홍슈(小红书, Xiaohongshu)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샤오홍슈는 중국판 ‘인스타그램+핀터레스트’로 불리며,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에서 강세를 보이는 플랫폼이다. 그러나 샤오홍슈가 틱톡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오홍슈 역시 중국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미국 내에서 보안 논란에 다시 휘말릴 가능성이 있고, 알고리즘이 틱톡처럼 개방적이지 않아 신규 크리에이터들이 빠르게 성장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틱톡이 금지되며 크리에이터들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먼저 생계 위협을 주장하는 크리에이터들은 “미국 정부가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강한 반발을 보인다. 한 인플루언서는 “틱톡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브랜드 협업을 진행해 왔는데, 하루아침에 플랫폼이 사라졌다. 생계를 잃은 기분이다”라고 토로했다.

반면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틱톡 금지는 예상된 일이었고,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대체 플랫폼으로의 이동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틱톡 기반 브랜드 홍보를 해온 한 마케터는 “틱톡이 위험하다는 것은 이미 작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우리는 이미 다른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틱톡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고 미국에 살고 있는 필자는 틱톡 앱이 앱스토어에서 사라지고, 앱에 들어갈 수조차 없게 되는 것을 직접 경험하며 충격을 받았다.

작년 3월에 틱톡 금지 관련된 칼럼을 썼고, 그 칼럼에서 틱톡 퇴출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니 플랫폼 다각화를 지금부터 실천하라고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설마 미국에서 이렇게 유저가 많고 영향력이 큰 틱톡이 사라질까’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었다.

필자의 의견은 그때와 같다. 하나의 플랫폼에 ‘의존’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 이에 대비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팬을 모았다면 다른 플랫폼 채널에도 팬들을 팔로우하게 하는 등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크리에이터가 스스로 플랫폼을 만들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냉정하게 머리로 생각하는 정답과 같은 생각이고, 솔직하게 틱톡 크리에이터로서 미국 틱톡 금지에 대한 감정을 나눠보자면 이때까지 6년간 플랫폼을 같이 성장시켰던 사람으로서 큰 허무감을 느낀다.

바이트댄스 직원들만 틱톡을 키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틱톡을 성장시키고 세계적인 앱으로 만든 건 매일 콘텐츠를 올렸던 필자와 같은 틱톡 크리에이터들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는 여러 변수가 생기고 우리는 끊임없는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허무함과 무력감의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틱톡 금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과거 인터넷 시대에는 특정 플랫폼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정치적, 경제적 요인에 의해 플랫폼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은 틱톡이지만, 다음 타깃은 누가 될까? 샤오홍슈 혹은 위챗? 아니면 또 다른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디지털 플랫폼의 불확실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75일 후, 틱톡이 미국에서 완전히 퇴출당할지, 아니면 극적으로 살아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크리에이터들은 단순히 플랫폼에 기대어 살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허무함과 무력감을 빨리 떨쳐버리고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이동을 준비해야 하지만 어쩐지 힘이 나지 않는다. 기존의 터전을 강제로 잃고,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막막함과 두려움을 가진 틱톡 난민들이여, 모두 힘내시길.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연기예술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걸그룹 ‘더씨야’, ‘리얼걸프로젝트’와 배우 활동을 거쳐 현재는 팬덤 640만명을 보유한 글로벌 틱톡커 듀자매로 활동하고 있다. <2022콘텐츠가 전부다> 책을 썼고 현재 동서울대학교 엔터테인먼트 경영과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다재다능한 ‘슈퍼 멀티 포텐셜라이트’로서 여러 채널에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설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평생 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되어 열정적으로 살아보기’를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