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요건 미비한데···개혁신당 이준석계 "허은아 대표 퇴진" 주장
천하람 주도 당원소환 투표 92% 찬성 허 대표 "법 좀 지켜라" 가처분 신청
‘친(親)이준석계’ 개혁신당 4인방이 졸속 당원 투표를 근거로 허은아 대표와 조대원 최고위원 퇴진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개혁신당은 이준석계 사모임과 기존 허 대표 지도부가 각각 최고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운영됐는데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천하람 원내대표·이주영 정책위의장·이기인 최고위원·김철근 전 사무총장 등 이준석계는 26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24~25일 진행된 당원소환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천 원내대표 등은 허 대표가 당직자 임명 과정에서 당헌·당규를 위반하고 사무처에 부당한 지시를 했다며 당원소환 투표를 시행했다.
허 대표 당원소환 투표에는 으뜸당원 2만1694명이 참여해 1만9943명(91.93%)이 찬성했고 1715명(8.07%)이 반대했다. 조 최고위원 투표에서는 2만140명(92.84%)이 찬성했다고 지도부는 밝혔다. 개혁신당 당헌·당규는 으뜸당원 3분의 1 이상의 투표 참여와 유효 투표의 과반수 찬성이면 당원소환을 확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천 원내대표는 "당원의 열망과 확실한 의사가 드러났다면 결과를 부정하려고 들기보다는 당원의 명시적이고 확실한 의사를 스스로 새기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 달라"고 허 대표와 조 최고위원을 향해 촉구했다.
그러나 국가 기관은 투표의 적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천 원내대표가 신청한 'K보팅'(온라인투표) 시스템 대여를 거절했다. 선관위에 등록된 개혁신당 대표자는 허은아인데, K보팅 이용 신청서는 대표자 변경 신청이 없이 천하람이 대표자로 기재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천 원내대표 측은 "투표 위탁 기관을 변경했다. K보팅과 같은 시스템을 운용하는 기관"이라며 사적으로 투표를 강행했다.
허 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원소환 투표에 대해 “불법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절차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허 대표는 법원에 당원소환투표 및 당대표 직무정지의 건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오는 31일 오후 3시 제311호 법정에서 심문기일을 진행하기로 정했다.
허 대표 측 정국진 선임 대변인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당대표 호소인 천하람 사모임이 방금 전 발표한 투표 결과는 불법으로 점철된 원천 무효"라고 반발했다.
허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답게 법 좀 지키고, 원칙과 절차를 지키라"며 "개혁신당은 '이준석당'이 맞지만, '이준석만을 위한 정당'은 되어선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당인 만큼, 정당 보조금을 받는 이상, 사당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공당이라면 기본 원칙과 민주적 운영 방식을 지켜야 한다. 법률과 당헌·당규를 위반해 가면서까지 공당을 특정 개인의 이익에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준석 의원을 향해 "과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다수 당원이 이 의원을 정치적으로 제거하려 할 때, '마녀사냥'이라며 끝까지 저항하지 않았나"라며 "그때의 개혁가는 어디로 갔나"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거 이 의원이 외쳤던 공정과 상식은 어디로 갔나. 지금의 이 의원에게선 당시의 윤석열만 보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