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칼럼] 트럼프, 틱톡, 그리고 75일
[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美 의회, 매각 불발에 틱톡 앱 접근 차단 1500만 팔로워 트럼프, 시행 유예 명령 틱톡 CEO는 트럼프 취임식에도 참석해 명령은 법 앞설 수 없다···매각 추진할 듯
틱톡은 전 세계적으로 젊은이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숏 비디오 플랫폼이다. 가입자만 169억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10%가 미국인이다. 지난 19일 틱톡은 미국에서 더 이상 앱에 접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 조치는 틱톡을 끼고 살다시피 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당장 거센 반발이 일었다. 하지만 틱톡 서비스 중단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4월 미 의회가 '해외 적성 앱 미국인 보호법'을 통과시켜 19일까지 미국 법인을 분리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라 틱톡은 독자 미국 기업으로 거듭나야 했다. 하지만 틱톡은 이를 거부하고 대신에 서비스를 중지하는 강수를 두었다. 여기에는 다음 날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변수가 도사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는 틱톡의 매각을 강제한 법률의 시행을 75일간 유예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틱톡 서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재개되었다. 많은 이들은 대통령이 법안의 시행을 유예할 권한이 있는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법체계상 의회가 제정한 법률은 행정부의 일원인 대통령의 집행명령보다 상위에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률의 시행에 제동을 건 이유는 뭘까? 여기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면 틱톡을 소유한 중국 기업의 입장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틱톡은 베이징에 본사를 둔 중국 기업인 바이트댄스(ByteDance)가 최대주주다.
2012년에 창립된 바이트댄스는 직원 수가 4만명이 넘는 거대 테크기업이다. 소셜 미디어와 같은 앱 기반 사업뿐만 아니라 이커머스와 게임, 광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비상장기업인 바이트댄스의 기업가치가 3000억 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가총액 순위로 전 세계 34위에 해당한다. 미국 4대 은행인 웰스파고나 최대 음료회사인 코카콜라의 시가총액을 능가한다.
바이트댄스의 주력사업은 자회사인 틱톡의 소셜미디어 사업이다. 틱톡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틱톡의 중국 버전인 도우인(Douyin)이 숏 비디오 플랫폼에다 이커머스까지 커버한다.
문제는 바이트댄스 기업가치의 절반가량을 틱톡이 차지한다는 사실에 있다. 무엇보다 최대 시장인 미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틱톡이 미국에서 철수한다면 이미지의 실추로 바이트댄스 기업 가치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틱톡은 필사적으로 미국 시장을 사수하려 한다.
미 의회가 바이트댄스에 틱톡 내 미국 사업을 분리해 매각하도록 강제한 것은 국가안보적 이유 때문이다. 틱톡금지법안이 의회에 계류될 때만 해도 상당수의 의원은 민간 기업에 대하여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던졌다.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앱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국내법에 대한 우려가 미 의회의 틱톡 금지 결정에 확신의 불을 붙였다. 중국은 2017년 국가정보법에 이어 2021년 데이터 보안법을 통과시켜 국내 기업이 중국 정부의 정보 데이터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나라나 정보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앱이나 통신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상식이다.
문제는 공산권인 중국에서는 정부가 제한 없이 앱 정보를 사찰하고 스마트폰 정보를 빼내고 혼선을 초래하는 정보를 유포해 선거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일었다는 거다. 민주국가의 경우 대개는 앱 정보의 사찰에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
이에 틱톡의 CEO인 쇼우 지 추(Chew Shou Zi)는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틱톡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고 자신도 중국인이 아니라 싱가포르 국적을 가진 싱가포르인이라 발언했다. 실제 그는 영국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하버드에서 MBA 학위를 받기도 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한국인 가운데 한 명도 갈 수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쇼우 지 추가 당당히 참석해 앉아 있는 장면은 그날의 씬스틸러 가운데 하나였다. 틱톡 측은 또한 바이트댄스도 소프트뱅크와 같은 해외 투자자가 지분의 60%가량을 소유한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라며 중국 정부의 압력은 우려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틱톡의 최고 경영진 6명 중 CEO 쇼우 지 추는 싱가포르 국적 보유자이지만 나머지 5명 가운데 3명은 미국인이다. 이런 이유를 근거로 틱톡은 미 정계에 필사적인 로비를 펼쳤다. 그가 최근 트럼프의 플로리다 별장인 마러라고를 방문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도 미 의회의 대중국 강경 입장은 변함이 없다. 2021년 중국 정부가 바이트댄스의 지분 1%를 이른바 황금지분(golden share)으로 취득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콘텐츠에 대한 감시도 포함된다.
물론 바이트댄스는 직접적으로 틱톡이 아니지만 미 의회가 틱톡금지법을 발의했을 때 중국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법으로 사기업의 운영과 경영을 강제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견해의 표명이었지만 역으로 보면 중국 정부도 중국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한 영리 사기업의 영업에 대하여 크게 관여할 입장도 아니었다.
결국 중국 정부는 어떤 이유로든 틱톡이 중국 기업으로 남기를 바라고 미국 정계는 이에 반감을 품고 안보 명분을 대며 틱톡을 미국 기업으로 만들려 한다. 여기에 트럼프가 끼어들었다. 트럼프는 10대의 대학생인 막내아들 배런 등의 권유로 작년 6월에 틱톡 계정을 개설했다. 젊은 유권자에게 어필하기 좋은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틱톡의 트럼프 팔로워 숫자는 가파르게 늘었다. 개설한 지 두 달여 만에 1000만이 넘었고 현재는 1500만명에 달한다. 틱톡이 트럼프 정치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 연유로 트럼프는 틱톡 CEO를 만나고 취임식에 초청했다. 틱톡 금지법도 시행을 유예했다.
이번 유예는 단기에 그칠 전망이다. 집행명령으로 법을 갈아치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예기간 75일간 트럼프는 틱톡의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매수자로는 트럼프의 재무장관이었던 스티븐 므누신이 거론되기도 한다. 집권 첫날 의회가 합의해 통과한 법률의 시행을 사적 이해에 영향받아 중단시킨 트럼프 특유의 정치 행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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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퍼먼대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및 국제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예금보험공사로 전직해 적기 정리부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05년 미국으로 유학 가서 코넬대학교 응용경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재무금융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대학에서 10년 넘게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과 금융리스크 관리가 주된 연구 분야다. 저서로 ‘페드 시그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