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희 더봄] 아하, 그렇구나!
[고현희의 마음을 여는 말하기 비법] 공감 대화의 첫 단추는 앵무새 질문으로 그러셨어요? 그러셨군요? 그러세요?
지인이 점심을 위해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백반집으로 가자 하여 처음 방문하였습니다. 골목 안 2층에 있지만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한다니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뷔페식 식사입니다. 접시부터 달랐습니다. 스테인리스 접시인데 이중이라서 두꺼워 잡기가 편했습니다. 긍정적 시선이 자연스레 생겼습니다. 풍성한 음식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노란 겨자소스 냉채가 있습니다. 냉채를 좋아하니 넉넉히 담았습니다.
“아, 캑캑캑···.”
냉채 소스가 강하여 기침이 났습니다. 지인도 소스가 짜고, 강하다고 했습니다. 소스를 쓸어내며 간신히 냉채의 반을 먹었습니다. 다른 음식은 모두 맛나게 먹었습니다.
냉채가 남은 접시를 퇴식구에 반환하며 주인에게,
“냉채가 너무 짜고 강해서 남겼어요.”
그분의 답은,
“할 수 없어요. 사는 소스라서 그래요.”
“···”
많이 놀랐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퇴식구에 사람들이 계속 와서 그냥 나왔습니다. 부정적인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지인에게,
“손님이 냉채가 너무 짜고 강해서 남겼다고 하면 주인이 뭐라고 답해야 할까요?”
“일단 앵무새 질문을 해야겠죠?”
공감 대화를 배우신 분이라서 자연스럽게 앵무새 질문이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그쵸그쵸, 냉채가 짜고 강했군요? 라고 해야 하는데··· 제가 주인에게 냉채가 너무 짜고 강해서 남겼다고 했더니 할 수 없어요, 사는 소스라서 그렇다고 해서 많이 놀랐어요.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나왔어요. 다시 가고 싶지 않네요.”
“그 말에 많이 놀라셨어요?”
“네. 앵무새 질문해 주셔서 감사해요. 마음이 놓여요, 헤헤, 저는 손님이 의견을 말하면 일단 그러셨어요? 앵무새 질문하고 드시기 불편하셨다니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그다음에 소스가 어떻다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손님과의 대화에 활용하시라고 주인에게 공감 대화를 알려줘야겠어요. 하하하···.”
공감 대화 수업에 하는 활동으로 상대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며 끝을 질문으로 하는 앵무새 질문 활동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오늘 피곤해”라고 하면 들은 사람은 “피곤해?” “피곤하구나?” “그렇구나?” “아, 그래?” 등으로 말하는 활동입니다. 학생들이 이 활동을 하면 졸려, 힘들어, 피곤해, 귀찮아 등의 단어가 주로 나와서 활동을 하며 마음이 아프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어른들 수업에 할 때는 2인 1조 활동을 설명합니다.
“힘들었던 일을 말씀해 주시고, 들으신 분은 앵무새 질문을 하시는데 길게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러셨어요? 그러셨군요? 그러세요? 등으로 줄이시면 됩니다.”
교사 연수에서 이 활동을 하였는데 힘들었던 일을 말씀하셨던 남자 선생님께서 들어주셨던 선생님의 “힘드셨군요?”라는 말을 들으시고는 눈이 빨개지시며 “아, 이게 뭐라고···”라고 하셨습니다.
앵무새 질문은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반복하여 질문하여 주는 것이니까요. 능숙하게 앵무새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는 대화의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습니다. 반면 처음 시도할 때는 어색하고 어렵습니다. 능숙하게 하여도, 어색하게 하여도 상대는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인정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음이 열리고, 움직이게 되는 첫 단추입니다.
남편이 “나는 가족끼리 '사랑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좋아.”
아내는 “근데 그 말을 할 때가 있고 안 해야 할 때가 있잖아. 당신은 이상한 때 '사랑해'라고 해서 듣는 사람이 민망할 때도 있어.”
남편의 마음이 굳어지며 더 설명하려고 합니다. 남편의 설명에 아내는 더 구체적인 예를 들면 서로 마음이 점점 닫힐 수 있습니다.
남편이 “나는 가족끼리 '사랑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좋아.”
아내가 “아, 그게 좋아?”라는 앵무새 질문으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응, 말하는 사람도 기분 좋고, 듣는 사람도 기분 좋잖아.”
“둘 다 기분 좋아진다고?”
“응! 당신은 '사랑해'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 나빠?”
“나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어.”
“잉? 기분 나쁠 때도 있다고?”
“응. 지난번에 내가 애 밥 먹이느라 정신없다가 간신히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사랑해'라고 했을 때 기분이 나빴다고.”
“그랬구나? 몰랐네···”
“몰랐지? 내가 말을 안 했으니까··· 분위기 보면서 말해, 알았지?”
대화 사이의 앵무새 질문이 보이세요?
앵무새 질문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면 말이 딱딱해지지 않습니다. 마음이 굳어지지 않습니다. 배려와 소통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혼자 연습할 수 있습니다. 지금 소리 내서 “나는 ㅇㅇ해!”라고 말해보세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되어 “ㅇㅇ하구나?” 혹은 “아하, 그렇구나”라고 말해보세요. 어색할까요? 그 어색함 뒤에 작은 미소가 따라오고 그 뒤에 나의 말을 바꾸어 일상을 바꾸는 힘이 연결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