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왓챠, 넷플릭스에 왜 졌나···성공은 실패서 배운다
기업가정신학회 소속 중견 학자들의 신간 'K스타트업, 실패가 알려주는 성공의 길' 엑시트 전략까지 마련하는 유연성 있어야
국내 최초의 토종 OTT 서비스로 한때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평가받았던 왓챠를 비롯한 유망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장세 둔화를 겪게 된 원인을 진단한 신간이 나왔다.
2011년 영화평 기록 및 추천 서비스로 시작한 왓챠는 2016년 OTT 서비스 '왓챠플레이'로 사업을 전환하며 주목받았다. 2020년 시리즈 D 투자 유치를 통해 약 36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강화했다. 개인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왓챠 2.0' 플랫폼은 국내 2위 수준의 유료 구독자 잔존율을 기록하며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냈다.
하지만 글로벌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독주와 국내 토종 OTT 간 과열 경쟁 속에서 왓챠는 성장세가 둔화했다. 이용자 수 급감, 영업 손실, 자본 잠식 등으로 기업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기업가치가 30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급락하며 투자 유치와 매각 시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스타트업 실패의 원인은 시장 수요에 부합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 기술력과 자금의 열세, 창업자의 경영 능력 부족 등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알려진 요인들이 결과적으로는 실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기업가정신학회가 발간한 신간 'K-스타트업, 실패가 알려주는 성공의 길'(학현사, 대표 저자 이병헌)은 한때 업계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던 스타트업이 성장 경로에서 이탈해 추락하는 과정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책에서 왓챠 사례를 분석한 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왓챠!에서 아차!로, 글로벌 OTT에 밀린 토종 OTT 왓챠의 실패와 회생 전략'이란 제목의 분석을 통해 차별화된 콘텐츠와 강력한 자본의 부재,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력 차이 등을 주요 실패 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최 교수는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투자 유치와 엑시트(EXIT) 전략이 스타트업의 장기적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속적인 혁신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왓챠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콘텐츠 산업 전반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은 왓챠를 포함해 싸이월드, 타다 등 한때 주목받았으나 실패를 겪은 9개 스타트업의 사례를 심층 분석했다. 매년 20만 개 이상의 사업체가 창업하지만 5년 후 생존율이 약 30%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반영하며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실패를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최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스타트업이 초기 성공을 넘어 장기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략과 강력한 자본 기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연구가 K-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에 실질적인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