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수혜자 KB손보? 방카 '25%룰' 완화에 생보-손보 희비
2003년 방카 도입 이후 최초 규제 손질 계열사 손보 상품 25%→50%까지 허용 "KB국민은행 통해 KB손보 판매 늘 것" 방카 통해 60% 파는 생보 '뒷전' 지적도
금융당국이 내놓은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 방안에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반응이 엇갈린다. 은행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1개 손보사 상품 비중은 확대되는 반면 생보의 경우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KB손해보험이 규제 개편을 통해 가장 큰 혜택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제6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방카슈랑스에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 비중을 25%까지 제한하는 일명 '25% 룰'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제도가 도입된 2003년 이후 해당 규제는 처음으로 변경됐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제도다. 주로 저축성 보험 상품을 취급하며 따라서 시장 참여자 중에는 생명보험사가 많다. 현재 국내 20곳 이상의 생보사가 방카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반면 방카 시장에 남아있는 손해보험사는 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 등 4곳뿐이다. 삼성화재와 흥국화재는 각각 지난해 1월과 2023년 말 방카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메리츠화재는 2016년 일찍이 시장을 빠져나왔다. 이는 손보사 주력 상품인 실손보험 등 보장형 상품을 방카가 취급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편에 따라 금융기관이 방카 형식으로 판매할 수 있는 같은 계열사 손보 상품 비율은 25%에서 33% 또는 50%까지 늘어나게 된다. 방카 참여 손보사가 지금처럼 4곳 이상일 경우 33%, 추가 이탈이 발생해 3개사 미만이 될 경우 50%까지 허용된다. 같은 계열 보험사가 아닐 경우 최대 75%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KB손보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KB국민은행이 손보 상품을 팔 때 이왕이면 같은 지주 계열사 상품을 팔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방카 시장에 남아있는 4대 지주 계열 손보사 중 지주사가 은행도 보유하는 곳은 KB손보뿐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계열 손보사인 하나손해보험과 신한EZ손해보험은 디지털보험사로 분류돼 방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 우리금융지주는 보험사를 보유하지 않는다.
손보사와 달리 생보사는 규제 완화 혜택을 체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의 같은 계열 생보사 상품 판매 비율 한도는 25%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같은 계열 생보사 상품이 아닐 경우 판매 가능 비율은 33%까지 늘어난다.
이번 개편으로 중소형 비지주계 생보사 영업 환경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방카 시장에 참가하는 중소형 생보사의 판매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방카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상품 중 생보 상품이 월등히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개편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이 발간한 자료를 보면 2023년 말 초회보험료 기준 생보 상품의 채널별 판매 비율에서 방카는 1위로 62.6%를 차지했다. 2위인 직판과(25.4%)과 비교할 때 곱절 이상 큰 시장인 셈이다.
반면 방카로 팔린 손보 상품은 전체의 4.8%에 불과했다. 채널별 순위로는 7위다. 이와 관련해 생보업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손보 방카 시장을 살리려고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생보사 입장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 한 개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