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헌재 직접 출석 후 온라인 부정 단어량 감소···부정선거 이슈화 효과
"방송 통해 지지자들 반응 끌어올려" 尹측 헌재에 선거기관 사실조회 신청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직접 출석해 적극적으로 변론하자 정치권에 파장이 일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앞으로도 계속 변론에 출석할 예정이어서 이러한 태도 변화에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22일 여성경제신문이 빅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로 '윤석열', '대통령'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윤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자 연관되는 부정 단어의 추이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일간(1월 19일부터 21일) 뉴스와 블로그에서 두 키워드에 집계된 부정 단어는 혐의, 범죄, 체포 등이며 긍정 단어는 평화, 안전, 지지하다 등이다.
'윤석열'과 연관된 부정 단어는 19일 1만2227건이었다가 20일 1만272건으로 15.9% 줄었고 21일에는 5457건으로 46.8%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긍정 단어는 860건, 780건, 355건으로 줄었다.
'대통령'과 연관된 부정 단어도 19일 1만5878건이었다가 20일 1만3874건으로 12.6% 줄었으며 21일 9613건으로 30.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긍정 단어는 1637건에서 1471건으로 줄었다가 2399건으로 늘었다.
탄핵소추된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출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질문에 답하면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탄핵소추 사유들을 부인했다. 당시 비상입법기구 설치나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계엄 포고령은 집행 의사나 실행할 계획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또한 계엄군 선거관리위원회 출동에 대해선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 확인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전날 밤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변론에 나선 것은 법적 대응을 직접 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보수 지지층 결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옥임 전 의원은 "대통령이 화면에 등장했을 때 체중이 줄어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윤 대통령이 결연한 태도로 임하고 있었으며, 이는 정치적 메시지로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 변론 장면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지지자들의 반응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에선 비상계엄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투입의 배경으로 지목된 부정선거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부터 선거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것들이 있었다. 부정선거 자체를 색출하는 게 아니라 선관위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리닝할 수 있으면 해봐라(라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 김진한 변호사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탄핵 심판의 쟁점이 아니다.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해도 피청구인의 비상계엄 선포, 병력을 동원한 국회 침입 등 소추 사유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엄 선포 사유에 부정선거는 있지도 않다. 계엄 선포가 실패한 이후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라며 "사법부 판단을 믿지 못하고 무리한 의견을 제기하는 집단의 일방적 주장으로 민주주의를 해치는 무리한 주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회 측의 의도와 다르게 부정선거 의혹은 윤 대통령의 언급으로 본격 쟁점화됐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3차 변론기일에 앞서 헌재에 감사원, 국가정보원,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등 선거 관련 기관들에 대한 사실조회를 무더기로 신청했다. 비상계엄 선포 배경으로 꾸준히 주장해 온 부정선거 논란을 문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측은 또 “통계학적으로 지난 총선은 부정선거” 등 주장을 해온 허병기 인하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선관위 직원 등 20여 명에 대한 증인신청도 요청했다. 헌재는 우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추가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