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2025 금융권은 '저출생극복' 새 바람···"다양한 가족 형태 포용해야"
은행연, 저출생 극복 공시로 소비자 지원 포털 등록 상품 총 24개, 14개 은행 동참 소비자에 실질 혜택 제공위한 고민 필요 새로운 가족 형태 고려한 지원 패러다임
#임신 기간 중에 가장 큰 과제가 자녀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서 어떻게 관리할까 하는 문제였어요. 적금 통장을 은행별로 각각 알아보기가 막막했는데 이제 은행연합회 사이트를 통해 한번에 볼 수 있게 돼서 좋습니다. 긴 연휴 기간 동안 계획을 세워보려고 해요. 앞으로 육아 혜택과 관련한 상품들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세종시 거주 30대 여성 A씨)
#미혼모들도 금융권에서 선택지가 넓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엄마가 경제 활동을 하면서 시드머니를 만드는 것은 중요해요. 저축이 안되면 건강한 자립이 될 수 없죠. 협회에서 미혼모를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들의 생각이 점점 열린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미혼모 가정도 잘 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
저출생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금융권도 문제 해결 동참에 나섰다. 결혼·출산·양육과 관련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부터 소비자들은 은행연합회 공시 사이트를 통해 관련 금융상품 정보를 한눈에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다.
2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등록되어 있는 ‘저출생 극복상품’은 총 24개로 14개 은행이 참여했다. 이들 상품은 결혼 및 출산 관련 예·적금 금리 우대, 다자녀 가구를 위한 대출금리 우대 등 저출생 극복을 목표로 설계됐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국민은행 'KB아이사랑적금' △하나은행의 '하나 아이키움 적금' △BNK부산은행의 'BNK 아기천사적금' △토스뱅크의 '토스뱅크 아이 적금' △NH농협은행의 'NH아동수당 우대적금' △iM뱅크의 'iM아동수당적금' 등이다. 이 상품들은 출산 및 양육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예시로 주목받고 있다.
BNK경남은행의 ‘Hi baby 적금’은 다자녀 가정에게 높은 금리는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연 최고 8% 금리를 제공한다. 특히 경남은행은 '우리 경남 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저출생 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과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대표적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와 KBS창원방송총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진행한다.
KB국민은행의 '아이사랑적금'은 국민은행의 워킹맘 직원들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기획한 상품으로 자금 소요가 많은 양육 가정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출산·육아 친화적 상품이다.
이 상품은 지난 22일 '상생·협력 금융 신상품' 제5회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권의 자발적인 상생·협력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 취약계층 및 금융소비자와 고통 분담 또는 이익 나눔의 성격이 있는 금융상품을 우수사례로 선정해 정기적으로 발표한다.
이번 공시 사이트는 각 은행의 대표적인 여·수신 상품 정보를 한곳에 통합해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 편의성을 제고하고 금융상품 접근성을 강화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저출생 문제를 언급했다.
조 회장은 "은행연합회는 인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계를 대표하여 저출생 극복 추진본부 공동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며 "금융이 인구구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며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여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의 저출생 극복 공시는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소비자의 편의성을 증대시키는 긍정적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실효성 제고에 대한 목소리도 제기된다. 단순히 상품을 출시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저출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금융권‧정부‧사회 전반의 협력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담은 상품 개발과 출산뿐 아니라 육아를 지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금융권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금융권의 저출생 극복 노력은 확장되고 있다. 대구 달서구와 iM뱅크가 진행 중인 '달서아이, 첫 응원 통장' 사업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사업은 미혼모 시설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생애 첫 적금 통장을 개설해주고 퇴소 후에도 3년간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사업을 전액 후원한 iM뱅크 황병우 은행장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사업에 동참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사업에 기업이 동참하는 것은 진정한 사회 공헌 사업"이라고 밝혔다.
진정한 저출생 극복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원 범위를 넘어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의 선택지가 넓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경제적으로 더 취약한 가족 형태를 지원할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민정 한국미혼모협회 대표는 여성경제신문에 "대구 사례처럼 자녀 통장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현실적으로 많이 없다. 육아 비용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교육비 등 다양한 항목에 지출이 많아지는 만큼 미리 자녀 앞으로 통장을 만들어 관리하면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혜택을 못 받는 미혼모 사각지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