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와 합의, 韓에 ‘득’일까···내용 미공개에 논쟁 가열 

상당 분량의 ‘기브앤테이크’ 추정 유럽-웨스팅, 중동-韓 지역 안배  “지재권 상당수 미국에 넘겼을 것” 

2025-01-20     유준상 기자
한국형 원전인 UAE 바라카 2호기.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지식재산권 분쟁이 양측의 합의로 지난 16일(현지시간) 극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상호간 비밀 유지 약속에 따라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미공개에 부쳐지면서 한국이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얻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원자력 업계에선 이번 협상 타결에 상당한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주고 받기)’가 있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우선 웨스팅하우스가 협상 과정에서 요구해온 ‘지역 안배’ 조건이 상당 부분 협상에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전통 시장인 유럽에서는 웨스팅하우스가 주도권을 갖고 공동 진출하되, 신흥 시장인 중동에서는 한국이 단독 진출하는 식으로 조정이 이뤄졌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결국 파이 한 조각의 크기는 줄 수 있지만 파이 전체의 크기는 커질 수 있는 것”이라며 “시공 및 운영 능력이 부족한 웨스팅하우스가 세계 모든 수주건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한국 원전 산업 전체로 보면 이득이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09년 한국이 수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처럼 한국이 원전 수출 대가로 웨스팅하우스에 라이선스 로열티와 핵심 일감 일부를 제공하는 대신, 웨스팅하우스는 수주전에서 빠져 한국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의 수출 협력이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지역 안배 협상을 이뤄내기 위해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줄다리기를 해온 지재권 일부를 미국에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한 원자력업계 종사자는 “지재권 분쟁의 단초가 된 한국형 원전 노형 ‘APR1400’의 지재권이 상당 부분 웨스팅하우스에 있음을 인정하고 수출 시 일정한 로열티를 지급하는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감을 취하기 위해 지재권을 포기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 원전 진출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수원은 그간 2002년 개발한 APR1400이 원자로냉각재펌프(RCP)·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원전설계핵심코드 등 핵심 기술을 국산화했다는 점에서 독자 수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한국형 원자로의 토대가 된 웨스팅하우스의 원전기술인 ‘SYSTEM80’, ‘SYSTEM80+’와의 차별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어온 것은 사실이다. 

세계 핵 전략에 대한 통제권을 더욱 공고하게 하려는 미국의 속내가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전 중인 원전은 440기, 건설 중인 원전은 65기다. 각국이 계획, 추진 중인 원전은 430기에 이른다. 현재 세계 원전 수주 시장의 약 50% 가량은 러시아와 중국이, 나머지 10~15%를 프랑스가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미국과 한국이 양분 중인데, 양국이 힘을 합칠 경우 러시아와 중국의 지분까지도 일부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박지영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객원연구위원은 여성경제신문에 “한국은 지재권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노형과 SMR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나아가 원자력이 단순히 기술의 문제만이 아닌 국제 정치적인 의미를 가지는 만큼 세계 국제 정치의 흐름도 빠르게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