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비급여 가격, 병원-환자 협의할 일"···보험사 5세대 실손에 '희망'
비급여 지급 대상에서 '렌즈비' 빠지자 렌즈비 낮추고 지급 대상 '검사비' 올려
병원이 실손보험으로 보장되는 항목의 가격을 올리고 보장 대상에서 빠진 진료 행위 가격을 낮춘 것이 보험사에 대한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보험업계는 이런 상황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실손보험 개혁과 5세대 상품 출시 및 가입자 이동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지난달 24일 모 보험사가 모 안과병원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 했다. 보험사는 병원 측이 '백내장 검사비를 사실과 다르게 기재해 실손보험금을 지급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백내장 수술 방식 중 수정체 혼탁 부분을 제거한 후 다초점 인공수정체(렌즈)를 삽입하는 수술 방식은 국민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다. 과거 실손보험은 해당 방식에 드는 검사비와 렌즈 가격을 모두 보장했으나 2016년 실손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되면서 렌즈 가격은 보장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자 병원 측은 보험사 측에서 실손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검사비를 40만~45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인상했다. 대신 지급 비대상인 렌즈 가격을 100만~120만원에서 60만원으로 내렸다. 이에 보험사는 해당 병원에서 수술받은 83명을 대상으로 총 3억3000만원의 실손보험금을 지급한 후 "병원 측이 허위 진료비 명세서를 발급해 보험금 사기를 방조했다"며 제소했다.
앞서 1심은 원고인 보험사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보험사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2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규칙상 비급여 진료 행위 비용은 요양기관과 가입자 사이 사적 자치에 맡기고 있다"며 2심 판결을 뒤집었다.
보험업계는 이런 상황이 발생할 여지를 줄이기 위해 구세대 실손 계약 재매입 이후 5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게 하는 방식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이미 판매된 보험 상품에 대한 약관 변경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새로 출시될 5세대 실손보험 상품만이라도 합리적인 비급여 치료와 처방 기준을 세워 이전을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토론회를 열고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전환해 건강보험 체계로 편입시키고 본인부담률을 90~95%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비급여 항목 중 처방횟수와 진료비가 높은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영양주사 등이 관리급여 항목에 포함될 전망이다.
또한 미용·성형 등 비급여 진료를 하면서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급여 진료를 함께 하면 급여 진료도 비급여로 부담하게 하는 '병행진료 급여 제한'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5세대 실손에서는 중증과 비중증을 구분해 출시 시기를 달리하기로 했다. 비중증·비급여 진료를 보장하는 특약이 출시될 경우 보장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축소하고 본인부담률을 현행 30%에서 50%로 상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