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이제는 사법부에 대한 난동까지?
[신율의 정치In] 탄핵 때는 평화적 방식 韓 대외적 이미지 타격 尹 지지층 자극 말아야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일 뿐 아니라 OECD 국가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일대 사건’이다. 이렇듯 현직 대통령의 구속은 충격적이지만 충격이 클수록 우리는 제도에 입각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을 존중하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억울하게 구속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구속도 사법적 절차의 일환이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생각’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지난 19일 새벽 일부 시위대가 폭력적 방식으로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시위 문화에 대해 외국 언론들은 매우 ‘신기한 시위’라는 내용의 보도를 했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당시 국회 앞에 모인 시위대가 다양한 아이돌 그룹의 각양각색의 응원봉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나 K-Pop에 맞춰 구호를 외치며 시위하는 모습은 외국 기자들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이기에 충분했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도 평화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외쳤었다. 이런 모습은 외국의 시위와 비교해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외국에서의 시위는 폭동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즉 어떤 이유에서든 이 정도로 많은 군중이 시위하게 되면 상점을 약탈하거나 주차된 자동차를 불태우는 행위 등 폭력적인 행위를 수반하는 경우가 외국에서는 거의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았으니 이를 신기해하며 대한민국의 힘, 이성 그리고 합리성에 깊은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심각한 상황에도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고 기발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우리의 시위 문화에 극찬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은 우리나라의 국가 신인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통령의 계엄선포로 인해 추락한 국가 신인도를 ‘질서 있고 기발한 축제 방식’의 시위 문화가 회복시킬 수 있었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계엄 사태를 질서 있게 해결하는 중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9일 새벽 폭력 사태가 발생했으니, 대한민국의 대외적 이미지와 국가 신인도는 또다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더구나 폭력의 대상이 바로 사법부였다는 점은 상황을 더욱 안 좋게 보이게 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사법부의 권위는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권위가 무너졌다고 판단되면 다수의 국가는 대한민국을 무질서가 난무하는 국가로 생각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가 신인도는 당연히 추락하게 된다. 이는 곧바로 우리의 경제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인데 여기에는 이른바 대통령의 ‘메시지 정치’도 한몫했다는 의견도 있다.
윤 대통령은 계엄선포 이후 여러 차례 메시지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메시지는 강성 지지층들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이는 국민적 화합보다는 분열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애국’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이런 용어의 사용은 자신의 계엄선포를 합리화시키는 것은 물론 강성 지지층들의 과격한 행동에 일종의 명분을 제공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즉 강경 지지층은 과격한 행위를 포함한 자신들의 행위를 ‘애국적 행위’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이들의 행동은 더욱 과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우려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뒤늦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지난 19일 ‘평화스러운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해달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런데 상황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또 있다. 조사와 재판에 성실히 임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에도 충실히 임하며 윤 대통령 자신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역설하고 증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이 법을 지키는 대통령의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자신을 보수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면 보수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법을 준수하며 법치를 존중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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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