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떼돈 번 해외 기업, 세금 회피···꼼수 제재 방안 난항

애플·구글 등 법인세 턱없이 낮아 국회 대책 법안 정국 혼란 속 계류 디지털세, 글로벌 논의 진전 없어

2025-01-17     이상무 기자
글로벌 빅테크 /연합뉴스

글로벌 IT 기업들이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적은 법인세를 내 논란이다.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하염없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17일 애플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회계연도(2023년 10월 1일~2024년 9월 30일) 영업이익은 3013억원으로 전년 대비 46.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조 8376억 원으로 4.2% 늘었다. 판매비와 관리비는 3095억원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 애플이 매출원가율(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 영업이익을 전년보다 줄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운영비나 마케팅 비용 등을 과다 계상해 매출원가율이 커질수록 영업이익은 줄고, 법인세는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애플코리아가 납부한 법인세는 825억원으로 전년 대비 58.9% 줄어들었다.

애플코리아는 국내에서 아이폰·아이패드 판매와 앱스토어 인앱결제 수수료로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미국 애플 본사를 상대로 배당금 3215억원을 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85배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이 배당금으로 송금된 것이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구글코리아가 국내에서 거둔 2023년 추정 매출은 약 12조 1350억원, 이에 따른 추정 법인세는 5000억~6000억원이다. 그러나 구글코리아가 신고한 지난해 매출은 추정 매출의 3% 수준인 3653억원에 불과했고 납부한 법인세도 155억원에 그쳤다.

구글이 구글플레이 등의 서비스 주체가 아시아 지역 본부인 싱가포르 구글아시아퍼시픽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에서 발생하는 대부분 매출(인앱결제 수수료·유튜브 광고 수익·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 등)을 이전하고 있어서다.

애플은 2016년 아일랜드에서 130억 유로(약 18조원)의 세금 미납 혐의로 기소됐으며 구글도 유럽 각국에서 유사한 혐의로 벌금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조세 회피를 강력히 제재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동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미디어3학회 공동 기획세미나에서 "글로벌 빅테크가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면서 국내 미디어 사업자에 대한 적정 수준의 지불을 하고 있는지 국익 차원에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들이 국내 투자를 확대하고, 자율적 펀드·기금 조성, 제작 분야 보상 체계 확립 등 협조 방안도 지속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글로벌 빅테크의 조세 회피를 문제 삼고 입법을 시작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국세청 과세자료 제출을 거부 또는 기피할 시 1일당 평균수입금액의 0.003% 또는 1000만원 이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이인선 의원도 글로벌 빅테크들이 조세 부담을 낮추려 국내 수익을 해외 법인에 귀속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 매출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두 법안은 정국 혼란 속에 아직도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송 의원 개정안은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 구성요건이 불명확해 이행강제금 부과가 과도하게 남용될 우려가 있다"며 "성실 협력의무를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부과 대상을 한정하는 등 절차적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테크 등 다국적 기업이 디지털 형식으로 제품을 팔면 소재지와 관계없이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과세권을 주게 하자는 '디지털세'는 국제적으로 논의 중이다. 디지털세는 필라1과 필라2로 나눠진다. 필라1은 다국적 기업의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과세권을 배분하는 것이다. 연결매출액 200억유로 이상,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다국적 기업이 대상이다. 필라2는 세계 각국에 최저한세율을 도입해 연매출이 7억5000만유로를 넘는 다국적 기업에 15%의 세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디지털세 도입과 관련해 "글로벌 협상 과정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논의를 빨리 진행하게 하는 것이 국익 차원에서 제일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초 지난해 디지털세가 도입 예정이었지만 다국적 기업의 반대 등으로 두 차례 유예됐다. 구글·애플 등 자국 기업을 정조준해야 하는 미국의 반대로 국제사회 합의에 어려움이 있는 상태다. 트럼프 2기 집권에 따라 보호무역이 강화되면 전망이 어둡다.

이에 유럽연합(EU)·영국·캐나다 등 약 20개국은 독자적인 디지털세 부과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스페인 등은 이미 개별적으로 세법을 신설해 적용해왔다. 일본은 올해 중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촉진법을 시행해 구글, 애플 등의 앱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