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TSMC·삼성 中 수출에 '이중 잠금'···첨단 칩 유출 막는다
中 겨냥,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 화웨이 첨단 칩 '대리 주문' 논란 TSMC·삼성·인텔 단속 의무 확대 구형 GPU 활용 딥시크, 美 '경계'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첨단 반도체 추가 규제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등이 생산한 첨단 반도체가 중국으로 유출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16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종료 직전까지 대(對) 중국 인공지능(AI) 기술과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며 국가안보 확보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추가 규제의 핵심은 14나노미터(㎚) 이하 공정으로 생산된 첨단 반도체 칩을 중국에 판매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들은 고객 조사를 강화하고 실사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작년 화웨이 제품에서 TSMC가 제조한 첨단 칩이 발견된 사건에서 발단됐다. TSMC는 2021년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으나 중국 스타트업과의 거래는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화웨이가 스타트업을 통해 첨단 칩을 '대리 주문'한 정황이 드러나며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TSMC는 중국에서 오는 모든 첨단 칩 주문을 중단했다. 미국은 이번 규제를 통해 이 같은 유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앨런 에스테베즈 미 상무부 산업 안보 담당 차관은 "파운드리 업체가 제조한 반도체가 수출 제한 대상 단체로 유출되지 않도록 실사 의무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미국 법률 우회를 차단하고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정밀화된 수출 통제"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도 이번 규제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아직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을 대형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 시장이 차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TSMC, 삼성, 인텔 등 첨단 파운드리 3사만 단속하면 중국이 AI 칩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중국 파운드리 업계는 기술 격차로 인해 미국, 대만, 한국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대표 파운드리 기업인 SMIC가 14나노 이하 첨단 칩 제조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3일 발표한 AI·반도체 국가별 수출 통제 조치에 따라 동맹국, 중간국, 우려국으로 구분해 각국의 AI 기술 접근 수준을 차별화했다. 한국 등 동맹국은 제한 없이 미국 기술을 수입할 수 있지만 중간국 및 우려국은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AI 반도체 공급망을 사실상 분리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미국의 추가 규제는 중국 및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구형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뛰어난 성능의 AI 모델을 개발한 사례는 미국의 경계심을 높였다. ※ 관련 기사 : 챗GPT 능가한 中 딥시크···美 패권 넘어설지엔 의견 '분분'
딥시크의 AI 모델은 메타(페이스북 모회사)의 AI 모델 라마(LLaMA)보다 저비용으로 개발되었으나 성능 평가에서 뛰어난 점수를 기록했다. 이번 추가 규제를 통해 미국은 중국이 AI 훈련용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견제를 강화하며 첨단 기술 주도권을 유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