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결국 체포된 尹···운명 갈린 탄핵 찬성 측과 반대 측

시위대 경찰 향해 고성‧항의 잇따라 전문가 "오늘 큰 고비 넘겼다" 평가

2025-01-15     김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실시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경찰 버스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15일 오전 10시 33분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공수처와 경찰의 이날 아침은 유독 빨랐다. 그들은 오전 4시 10분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 모여 체포 작전에 착수했다. 오전 5시 공수처와 경찰은 윤갑근 변호사에게 체포영장을 제시했고 그로부터 50분 후쯤 공관 입구 앞 바리케이드를 제거하고 정문으로 진입했다. 

체포팀은 이후 오전 7시 48분쯤 2차 저지선에 도착했고 오전 7시 57분에 지난 1차 집행 때 돌아섰던 대통령 관저 정문에 도착했다. 1차 저지선 돌파 후 불과 26분 만에 관저 초소 철문까지 도착한 셈이다.

오전 8시 24분쯤에는 관저 초소가 개방되고 수사팀 차량이 진입했다. 차량 정문 개방 후 대통령 경호에 이용되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차량이 초소를 오가기도 했다. 결국 공수처와 경찰은 오전 10시 33분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윤 대통령은 경호 차량에 탑승해 한남대교를 오전 10시 38분쯤 지나 과천 공수처 방향으로 향했고 10시 52분 공수처 청사에 도착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체포로 바빴던 건 공수처와 경찰뿐만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의 구속을 원하던 탄핵 찬성 집회 세력과 윤 대통령의 체포를 결사반대하던 탄핵 반대 집회 세력도 추운 날씨를 뚫고 대통령 관저 앞으로 모였다. 

윤 대통령 체포가 집행된 15일 대통령 관저 근처 건물에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글들이 적힌 종이가 붙여져 있다. /김민 기자

시위 참가자들의 운명은 윤 대통령이 체포당하면서 갈렸다.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은 체포영장 성공 소식에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표현했다. 당시 멀리 있었던 사람들도 "국민이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라는 외침을 들을 수 있었다.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침체된 분위기를 보였다. 이들은 불법 체포영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을 당장 풀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 단체는 오후 2시부터 공수처 앞에서 국민 저항 집회를 열겠다고 공지했다.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체포영장 집행이 예고된 어제부터 밤새 한남동 관저 앞을 지켰다. 이들은 저번 체포 시도 때처럼 대부분 중노년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들은 손에 '부정선거', '이재명을 구속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늘 그렇듯 성조기와 태극기도 함께 휘날렸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이 사실상 이뤄지고 있고 윤 대통령이 곧 공관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지지자들은 격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지지자들 10여 명이 윤 대통령의 체포를 저지하기 위해 왕복 8차선 한남로 대로변에 드러누운 것이다. 이에 따라 한남대교를 건너기 위해 이동 중이던 버스 등 출근길 차량 등이 통행에 애를 먹었다.

시위대는 이후에도 계속 경찰과 갈등을 벌였다. 이들은 앞을 막아선 경찰에게 "국민이 낸 세금 받으면서 뭐하냐", "국민은 밥도 안 먹고 이러고 있는데 너희들은 뭐 하고 있냐"라고 고함쳤다. 한 중년 여성은 경찰을 향해 "깨어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소리쳤다. 이에 "파이팅"이라며 그 여성을 응원하는 소리도 들렸다. 시위대뿐만 아니라 근처 아파트 주민도 테라스에 나타나 "탄핵 반대"를 외치며 경찰을 향해 소리치기도 했다. 

탄핵 찬성 집회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지만 눈에 띄는 충돌은 보이지 않았다. /김민 기자

반면 탄핵 찬성 집회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지만 눈에 띄는 충돌은 보이지 않았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체포를 두고 앞으로의 탄핵 인용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오늘 큰 고비를 넘겼다"라며 "윤 대통령의 구속은 불가피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늦어도 3월 말까지는 헌재 심판이 다 끝날 것이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도 아주 높다"라고 예측했다.